[취미로 행복을 찾다] 1. 하비프러너가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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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로 행복을 찾다] 1. 하비프러너가 된 사람들

    ‘N포세대’라 불리던 MZ세대, 막강한 영향력
    ‘취미로만 즐겨라’는 옛말, 창업으로 자아실현
    취미로 인생 2막 연 ‘하비프러너’

    • 입력 2021.06.19 00:02
    • 수정 2021.06.22 15:4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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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취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덤으로 자아실현을 이룬 인구가 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 등의 ‘워라밸’ 문화 확산에 힘입어 코로나19 이후에는 집에서 이어갈 수 있는 취미까지 붐을 일으키고 있다. MS투데이는 취미를 발전시켜 창업을 이룬 ‘하비프러너’(Hobby-Preneur)와 취미로 행복을 찾은 주인공들이 꾸려가고 있는 공간을 2편으로 나누어 각각 소개한다. <편집자>

    최근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IT발달로 인해 정보수집에 능통하고 대학진학률도 높은 편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감소를 겪은 탓에 결혼, 내집마련 등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N포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경제·소비 활동을 비롯해 유행의 중심에 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MZ세대는 전공에 맞춰 직업을 선택한 뒤 평생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옛말을 잊은 지 오래다. 게다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으로만 취급받던 사소한 취미도 수익 창출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재주꾼의 면모를 갖췄다. 일각에서는 요즘이야말로 단군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란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현대무용가 김동일(왼쪽), 자전거 카페 ‘차원’ 박선우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현대무용가 김동일(왼쪽), 자전거 카페 ‘차원’ 박선우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에 거주하는 현대무용가 김동일(39) 씨와 자전거 카페 ‘차원’ 박선우(34) 대표는 취미를 확장시킨 덕분에 인생에서 제2의 전환점을 개척했다. 처음에는 우려의 눈초리도 많이 받았지만 꿋꿋하게 소신을 발휘한 덕분에 ‘하비프러너’로 인정받고 있다.

    ■역사 전공자에서 ‘밤낮’ 춤추는 무용가로 변신

    김동일 현대무용가는 역사를 전공했다. 춤은 학창시절부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취미 그 자체였다. 대학 재학 시절,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춤을 배운 적은 없었다.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춤과 함께 흥이 넘치는 일상을 보내던 중 공연에 눈을 떴다.

    김 무용가는 전공을 살려 역사와 결합된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포기했다고 한다. 이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쉬어가던 중 현대무용을 접하게 됐다. 한두 번 무대에 오르면서 새로운 재미를 경험했다. 서른살이 됐을 때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현대무용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아침을 여는 춤’은 매주 월, 수, 금 오전 7시 20분 첫 수업이 열린다. (사진=김동일 무용가 제공)
    ‘아침을 여는 춤’은 매주 월, 수, 금 오전 7시 20분 첫 수업이 열린다. (사진=김동일 무용가 제공)

    그는 결혼을 계기로 춘천에 정착한 후 춘천문화재단의 거점공간 시범사업인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 1호 입주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김 무용가는 의미 없이 흘려 보내기 쉬운 이른 아침을 알차게 보내려는 시민들과 주 3회 이상 만나 함께 밤낮으로 춤을 춘다. 프로그램은 ‘아침을 여는 춤’과 ‘달밤에 댄스’다.

    김동일 무용가는 취미를 갖고 싶지만 취미활동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춤이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이어 “몸을 움직이면 뇌가 활발해져 집중력이 향상된다”며 “‘이건 좀 이상하다’ 싶은 것도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전거로 제 세계관이 확장됐죠” 

    춘천 석사동 주택가에는 오는 26일 개성만점의 자전거 카페 ‘차원’이 문을 연다. 현직 수영강사인 박선우(34) 대표가 어린시절부터 타오던 자전거로 창업을 이룬 의미있는 공간이다.

    박 대표는 수영과 자전거, 크로스핏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활동적인 취미를 즐긴다. 그 중에서도 자전거는 취미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늘 그와 함께했다. 그가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건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은사인 어형종(53) 체육교사 덕분이다. 그는 은사가 이끄는 춘천시민연대 자전거 모임이자 지난 2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두 바퀴로 가는 세상’ (이하 두바세)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박 대표는 자전거를 통한 경험으로 그동안 갖고 있었던 세계관이 확장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두바세’에서 생활자전거 챌린지를 한 적이 있는데, 길에서 만난 70대 어르신과 챌린지 이후에도 가끔식 연락하며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며 “자전거를 탄 후로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박선우 대표가 자전거 카페 ‘차원’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박선우 대표 제공, 신초롱 기자)
    박선우 대표가 자전거 카페 ‘차원’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박선우 대표 제공, 신초롱 기자)

    또 카페를 열어야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경험했듯 자전거를 매개로 네트워킹이 생기는 것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SNS가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사람을 이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3년 전부터 자전거 카페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다”며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수영강습이 없어져 쉬게 되면서 카페 오픈을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리티컬 매스(자전거 타기 캠페인)와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등의 일을 진행하며 성취감과 동시에 한계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20~30대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확장시키고 싶다는 고민도 있었다”며 “고심 끝에 대중적이면서도 상업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해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대표는 “소비자와 비기너들이 개상만점의 인테리어에 이끌려 카페에 접근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뒤 생활자전거 문화 학장에 연결시키고 싶다”며 “그 역할을 ‘차원’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취미가 가진 장점으로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점’도 꼽으며 취미생활을 거듭 추천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미니해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N포세대는 N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 주택 구입 등을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포기한 게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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