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강원지역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등급 비율이 4%로 정해진 현재 내신 체계에서는 학생 수가 적을수록 좋은 등급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3 기준 강원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교당 평균 학생 수는 112.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학생 수가 많은 경기(249.1명), 세종(226.6명), 서울(226.4명) 등과 비교하면 반절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원은 올해도 학교당 고3이 128.3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수도권 인구 쏠림과 대조되는 비수도권 지역의 학령 인구의 감소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평균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과 가장 적은 강원지역 간 차이는 지난해 136.7명, 올해 150.4명으로 확대됐다.
춘천 역시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를 맞았다. 본지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교알리미를 통해 인문계 고고별 3학년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학생 수는 1년 전 대비 강원고(191명→187명), 강원대사범대학부설고(232명→222명), 봉의고(234명→221명), 성수고(191명→190명), 춘천고(254명→249명), 춘천여고(264명→250명) 등으로 대부분 줄었다. 성수여고(146명→156명)와 유봉여고(218명→219명)만 소폭 늘어났다.

문제는 학생 수가 적어질수록 현행 9등급제 내신 체계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대 평가로 인해 학생 수에 따라 1등급(4%)과 2등급(11%), 3등급(23%)의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확률과 통계’ 과목을 듣는 수강생이 88명이라면 4명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87명으로 1명이 줄면 3명만이 1등급을 받게 된다.
특히 한 학년에 해당 과목 수강자 수가 4명 이하일 때는 상위 4%까지인 1등급이 존재할 수 없다.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도 1등급은 받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37명 이하라면 1등급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이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1등급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춘천 인근의 군 단위 지역에선 이미 이런 문제가 현실화했다. 출생아 수 감소와 도심지로의 진학 등으로 인해 안 그래도 적은 학생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고3 기준 홍천 내면고(5명)와 서석고(8명), 화천 간동고(18명)와 사내고(35명), 인제 기린고(23명)와 신남고(17명)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단 1명뿐이었다. 양구고(60명)와 양구여고(45명), 화천고(59명) 등 읍내에 있는 학교에서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2명에 그쳤다.
게다가 1년 새 양구여고(54명→45명), 홍천 내면고(6명→5명), 서석고(15명→8명), 홍천고(145명→137명), 홍천여고(148명→141명), 화천고(65명→59명), 인제 신남고(20명→17명) 등 다수의 군 단위 지역 학교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며 앞으로 학생들이 내신을 따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됐다.

기존 통념상 비교육 특구(학생 수가 적은 지역)가 내신을 따기 유리하다는 인식과는 달리, 종로학원은 학교당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이 대입 진학에서도 우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서 주요 상위권 대학 수시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학생 수’가 입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향후 이런 ‘학생 수’가 진학 시 학교나 학군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면, 이미 인원이 적어 내신 관리에 불리한 강원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또다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냉정하게 학교 내신이 중요한 수시에서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학교별‧지역별 대입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신에서 상위권 진입이 어려울 수 있어, 학교에서는 이런 점을 인식하고 수능 등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그때가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