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밤 열 시 반쯤 느닷없는 계엄령 포고는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네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유지됐던 계엄 상황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계엄선포 일주일쯤이 지난 지금 상황에도 여전히 대통령은 국민의힘당 뒤에 숨어 살겠다는 성의 없는 사과 1분 50초를 남기고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은 채 꽁꽁 숨고 있다. 처음에는 계엄선포를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한동훈 국힘당 대표는 어떤 꿍꿍이를 벌었는지 탄핵 표결을 방해하고 2월 혹은 3월의 ‘질서 있는 퇴진’을 운운한다. 국민들은 탄핵보다 통치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의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대 법대 교수들이 무얼 어떻게 가르치길래 이들이 이렇게 ‘법’을 모르냐는 조롱도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법을, 국민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아울러 우리는 ‘중과부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만큼 성숙해진 민주 의식과 국민을 몰라보고 예전 써왔던 방법을 쓰면 먹히겠지, 하는 잔머리로 ‘국회의원 150명’을 잡아넣으려고 했다. 그래서 국회를 점령하면 게임이 끝날 거로 알았다. 그렇지만 시민들에 막혔고, 국회의원들의 소명 의식에 막혔다. 아니 그전에 군인들의 양심과 양식에 막혔다. 부당한 명령은 먹히지 않고 막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이란 자가 중과부적을 읊조렸다. 국가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군인들이 옳지 않은 명령에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보수를 참칭하는 국민의 힘이 국민의 섬이 되고 있다. 명백한 대통령의 불법과 내란 획책을 기정사실화 하며 꼼수를 찾으려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금 보니 박근혜는 순진했다. 점괘는 보았지만 무당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 계엄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만큼의 양심과 애국심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추운 겨울 광화문 길바닥에서 생업도 미뤄놓고 촛불을 들고 떨면서 웃고 울어야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박근혜를 끌어 내렸다. 국민들의 분노가 꽃을 피웠다. 방법이 없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머리를 조아렸다. 누가 보아도 폐기 처분돼야 할 정치집단이었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국민들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곧 정상화될 나라의 품격을 기대하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국민을 바닥으로 깔고 개, 돼지로 여기는 무녀와 폭군을 목도 하기에 이르렀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는데 우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분별과 무개념과 무능력이 있었음을 안다. 그렇게 뜨거웠던 국민의 분노와 열망을 외면하고 물거품으로 만들었음을 보았다. 욕먹기 싫은 마음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통일’ 등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분단이라는 우리 민족 최대의 악재를 지우고 대륙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대한민국의 최고 경쟁력으로 작용할 통일은 이제 숫제 남의 얘기가 돼서 깡통한 섬나라로 남게 되었다. 또한, 우유부단한 대응으로 사법개혁을 말아 먹고 윤석열을 키웠다. 언론개혁과 헌법 개정 등 여러 장치들을 손도 대지 못한 채 허송으로 보냈다. 이렇게 나라를 말아먹을 단초를 키우고도 여전히 사과 한마디 없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책을 팔고 사진을 찍고 있는지, 그래도 마음이 편안한지 일개 소시민으로는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것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헌법을 침해하고,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그들의 기원이 친일과 이승만에 이어져 있음을 우리는 안다. 내란의 우두머리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자는 ‘국짐당’도 내란 동조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참에 같이 끝내야 한다. 케이-컬처가 세계로 퍼지고 있다. 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열정과 기량을 닦고 연마할 시간에 여의도 앞에서, 전국의 시위 장소에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힘을 믿는다. 재삼재사 말한다. 탄핵이 답이다. 우리 국민들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행복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윤석열은 감옥으로 가고 국힘당은 사라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우리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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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