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부지런히 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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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부지런히 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나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 입력 2024.07.25 00:00
    • 수정 2024.07.25 22:51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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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어느새 올 한 해도 반이 지나갔다. 매일이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라지만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그런 마음도 별무소용이지 싶다. 그렇지만 시간이 그냥 덧없이만 흘러갔을까. 무언가 흐르는 시간을 따라 작용을 하느냐고 나무가 자라고, 눈이 내리고, 또 누구는 병이 생겼고, 또 누구는 사고로 어디를 다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누구는 손주를 봤고, 또 누구는 딸 결혼식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을 것이다. 궁금한 것은 그렇게 몇 가지 색다른 시기나 지점을 보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각인되는가 하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시간의 늦고 빠름보다는 충격의 깊고 낮음과 더 관계가 있겠다 싶지만 이런 기억의 각인 문제 또한 다양한 뇌 과학, 심리학 이론과 함께 ‘확실치 않음’의 심연 어디쯤에 있을 것이겠다.

    어쨌거나 1년의 시작인 1월, 겨울의 희고 추운 세상의 풍경에서 얼음이 녹고,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는 풍광에 그저 감탄하다가 갑자기 덮친 더위를 겪으며 에어컨을 틀까, 말까 하는 일상다반사의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세월 빠른 거야 고래로, 동서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또 그 절실함이야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훨씬 더 할 거지만, 이렇게 지나가는 세월을 보며 이게 우리가 세상의 사건들을 대하는 방식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테면 지난달 화성 리튬배터리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 같은 것 말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사건의 피해자는 꼭 비정규직이거나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중국동포 17명, 라오스인 1명, 한국인 5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이제는 후진국형 사고라고 얘기하기도 신물스럽다. 먹고살기 위해 잡은 ‘밥줄’이 ‘욕줄’이 되고 종내는 아무 안전장치 없는 맨몸의 주검이 되는 풍경을 보면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이렇게 되풀이되는 재난을 보며 자연스레 익히는 학습효과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일상에 살고 있나 하는 자각과 함께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안온감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동시에 자기방어 기제로 작동되는 것이 바로 ‘무관심’이다. 관심을 가질 여력도 별로 없지만, 관심을 가져봐야 피곤할 뿐이니 외면을 하거나 다른 것을 보는 것이다.

    재난과 참사에 대한 대처라는 것이 고작 사고의 핵심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라니, 그러면 이 자가당착의 안온함은 또 얼마나 갈 것인가. 이런 돌려 막기로 우리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 행복은 고사하고 대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응원하고 기대며 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냥 우연히 모여 살게 된 것일 뿐 피도 물도 진하지 않다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시간은 아무 반응도, 대답도 없이 우리를 종착역으로 끌고 간다. 이 엄중한 편도 1차선, 왜 갈수록 오리무중인 인생인가 말이다.

     

    ■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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