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시의회의 ‘주민자치 지원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 폐지안에 대해 지난 20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1995년 선거를 통해 시장을 뽑는 춘천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래 처음이다. 시 측은 조례 폐지와 관련해 시의회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한 데다 주민 자치회 활성화를 위해서도 센터의 존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시의회에서 조례안 폐지가 의결된 뒤 일부 시민단체는 재의요구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펼쳤다. 지금껏 시와 시의회 사이에 건건이 빚어지던 갈등과 마찰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된 셈이다. 말끝마다 시민을 내세우는 두 기관 간의 충돌엔 정작 시민이 없다. ‘여대야소’인 시의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야당 소속인 육동한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시민이 아닌 정파적 이해가 작동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주민자치 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주민공동체의 활성화와 주민자치 지원을 위한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할 기구다. 2020년 조례에 적시된 ‘마을자치 지원센터’라는 명칭을 4년 만에 ‘주민’으로 변경했다. 조직이 개편된 지 1년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센터 지원의 전문성과 재정 운영의 비효율성을 따지며 취지와 목적을 강화하기 위해 폐지하는데 의결했다. 당초 센터 설립의 근본 취지에 합의했던 만큼 부족하거나 흠결이 있으면 채우고 보완해 나가는 게 마땅하다. 주민자치는 행정적·정치적 수단이 될 수 없다. 한데 폐쇄하기로 했다. 성급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세계태권도연맹(WT)본부 건립 사업에 대해선 시의회가 아예 삭제했다. 사업 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2028년 예정된 준공은커녕 신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8월 WT본부 유치 확정은 춘천이 세계태권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강원의 자랑이었다.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했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고 5억 원도 확보한 사안이다. 시의회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 “건립부지의 유물 발굴 가능성이 우려된다”라는 등의 이유를 댔다. 납득하기 어렵다. 시의회에게 그동안 WT 건립을 놓고 “무엇을 했나”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발목잡기’로 비치는 이유다.
춘천시와 시의회는 진지하게 당장 현안을 푸는 데 힘써야 한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시정이 지방자치의 본질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시는 시의회에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동시에 미리 이견을 조율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시의원들은 정파를 떠나 재의요구권의 표결 전에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WT본부 건립건도 마찬가지다. 결과가 표출된 이후엔 되돌리기 쉽지 않다. 후유증도 크다. 지방의회까지 득실에만 얽매여 정쟁에 함몰된 중앙정치의 폐단을 답습할 수는 없다. 시와 시의회는 지역사회와 시민의 현재와 미래만을 바라봐야 한다.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싸움만 하고 있으니 나라가 잘 돌아가는것인지
궁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