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돌 한글날, 우리말의 가치와 소중함 알리기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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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8돌 한글날, 우리말의 가치와 소중함 알리기 이어져

    • 입력 2024.10.09 00:07
    • 수정 2024.10.09 11:05
    • 기자명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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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간판이 각종 외래어로 뒤덮이고 있다. 세련된 이미지를 살리고 글로벌 시대를 겨냥한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불법이다.

    옥외물광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간판 등 옥외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기해야 하고 외국 문자를 표기할 경우에는 한글과 병기하도록 되어있다. 또 건물 5층 이상, 크기 5㎡가 넘는 간판이 표기법을 어기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이나 행정절차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에는 한글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메뉴판이나 표지판, 각종 생필품에도 최소한의 한글 표기가 사라지면서 외래어에 약한 사람들은 읽지를 못하거나 뜻을 이해하지 못해 불편을 겪기도 한다. 

    한글의 실종이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작은 희망의 불씨도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한글 이름의 사형제 장훈민·정음·한글·지음 가족과 신경호 교육감. (사진=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7일에는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선 가족이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을 방문했다. 한글 이름을 가진 장훈민(10), 정음(6), 한글(6), 지음(5)의 4형제와 가족이다.  

    4형제의 아버지 장진철씨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訓民正音)’처럼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사회를 밝히는 역할을 하길 원해 이름을  짓게 됐다”라며 “한글 이름을 쓰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좋아하고 소중하게 느끼는 것 같다”라며 한글 이름에 만족감을 표했다. 

    교육자 출신의 조부 장금석씨는 “강원교육 정책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출산율 감소와 인구 소멸의 위기 속에 4자녀를 낳고 기른 조부모와 부모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아이들을 많이 낳아서 기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는 한글날을 기념해 9일 춘천시청 광장에서 한글날 큰잔치를 개최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강원특별자치도는 한글날을 기념해 9일 춘천시청 광장에서 한글날 큰잔치를 개최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강원특별자치도는 578돌을 맞는 한글날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대학교 한국어문화원과 함께 9일 오후 1시 30분 춘천시청 호반광장에서 한글날 큰잔치를 개최한다.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행사는 전통놀이 체험, 사물놀이패 공연 등 즐길거리와 한글 스티커 붙이기, 한글 붓글씨 체험, 우리말 받아쓰기 황금종 대회 등으로 진행된다. 참가는 당일 현장 접수와 사전 온라인 접수 등으로 진행된다. 

    박희자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예술과장은 “우리말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강원대학교 한국어문화원과 협력하여 ‘한글날 큰 잔치’ 행사가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산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안한 버거킹의 한글 메뉴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경기도 수원 산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안한 버거킹의 한글 메뉴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인 버거킹은 지난해부터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로 바꾼 전자 메뉴판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산남초등학교 학생들의 제안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글 메뉴판이다. 

    올해는 해당 학교 학생들이 기존 메뉴에 한글 이름을 직접 지어 의미를 더했다. 학생들이 창의성이 더해지면서 ‘몬스터 와퍼’’는 ‘거대한 괴물 버거’, ‘너겟킹’은 ‘닭 조각 튀김의 왕’, ‘아메리카노’는 ‘검은 쓴 물’ 등의 이름이 붙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이름의 메뉴는 한글날인 9일까지 전국 버거킹 매장 400여 곳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입에 착 붙는다”, “한글 이름으로 고정됐으면 좋겠다”,  “직관적이다”, “외래어 보다 훨씬 의미 있고 재밌다” 등의 호응을 보이고 있다. 

    한재영 기자 hanfeel@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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