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병의 교육산책] 교육발전특구에 거는 기대⋯‘나홀로 볼링’이 되지 않으려면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박주병의 교육산책] 교육발전특구에 거는 기대⋯‘나홀로 볼링’이 되지 않으려면

    • 입력 2024.07.03 00:00
    • 기자명 박주병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주병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박주병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은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남 하버드대 교수가 쓴 책 제목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관계망이 어떻게 사라져가는지를 볼링클럽의 가입자수 감소로 보여준다. 여유시간도 늘고 주머니사정도 좋아졌고, 그래서 볼링치는 사람은 늘었는데, 같이 볼링치는 사람들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을 통계로 제시한다.

    책에서 퍼트남 교수는 나홀로 볼링을 개인주의 확산과 사회적 분열이라고 분석한다. 1828년 이후 투표참여율, 시민들의 선거운동 참여비율 등 정치 참여 수준뿐만이 아니라, 집에서 손님이나 친구를 접대한 평균횟수, 가족과의 저녁횟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회 참여의 수준이 하락하고 있음을 통계로 보여주면서, 이런 현상을 ‘사회적 자본’이 감소했다고 표현한다.

    퍼트남 교수가 설명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은 실은 교육현상을 설명하는 데 힘을 발휘한 개념이다. 존스 홉킨스대의 제임스 콜먼 교수는 ‘평등과 교육기회’가 학생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학교 프로그램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4000개 학교, 6만명의 교사, 60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학생의 성취는 학교의 프로그램보다는 학생이 속한 배경과 같이 공부하고 있는 다른 학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연구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가톨릭계 학교를 분석한 후속 연구(1985)도 흥미롭다. 가톨릭계 학교는 교육여건이나 가정배경이 공립학교보다 나을 것 없었다. 그럼에도 이 학교들은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도 적었고 학생의 성적도 높았다. 이유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사회적 자본 덕분이었다. 이 학교들은 신앙을 구심점으로 삼아 학생들을 자기 아이처럼 챙겨주는 공동체의식 덕분에 더 열심히 학업과 숙제를 하도록 격려했던 것이다. 그는 이것을 ‘가톨릭 학교 효과’라고 부른다.

    퍼트남은 나홀로 볼링에서 교육과 어린이의 발달에 있어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어린이의 행복지수, 학업성적, 어린이의 TV 시청시간과 사회적 자본간의 관계를 제시하면서, 학업성적이 뛰어난 많은 학교는 경제적 자본보다 사회적 자본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버스 정류장에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맞고 서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우산을 같이 썼다. 지갑이 떨어져 있으면 흔쾌히 주인을 찾아주라고 배웠고, 배가 고프면 이웃집에 가서라도 밥 한끼쯤은 같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시골인심이란 것도 머나먼 기억이 되어버렸고,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면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런던의  싱크탱크인 레가툼 연구소의  ‘국가별 번영 지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은 29위를 차지했고, 그중 교육과 건강은 3위에 오를 만큼 최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격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순위가 있으니 바로 사회적 자본 수치다. 2023년에는 107위지만 2022년에는 129위, 2021년에는 126위였다. 이 불일치는 특유의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경쟁적 학습이 개인 역량의 비약적 상승을 가져왔을지는 몰라도 사회적 유대와 개인간 신뢰를 만들어내는 건강한 사회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주 마감된 교육발전특구 2차공모에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9개 지역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교육발전특구가 내 자녀 더 좋은 상급학교로 보내려는 경쟁구도의 소지역주의가 되면 안 될 것이다. 가톨릭학교 효과에서 보듯이 우리 지역의 학생들을 다 내 자식처럼 여기는 공동체 의식을 발판삼아 우리 아이도 그렇게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기여하는 지역인재로 자라게끔 하는 사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