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보내지 말아주세요”⋯7월 인사 앞두고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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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보내지 말아주세요”⋯7월 인사 앞두고 ‘술렁’

    7월 도의회 회기 종료 후 단행 전망
    본청·2청사 인사이동 불가피
    "생활권 바뀌는데⋯"볼멘소리
    인사 대상 피하려 물밑 작업도

    • 입력 2024.07.03 00:08
    • 수정 2024.07.03 15:18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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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에서 근무하는 강원도청 공무원 A씨는 최근 인사담당 직원에게 쪽지(인트라넷 메시지)를 보냈다. 이달 인사를 앞두고 강릉에 있는 제2청사로 발령날까 걱정되서다. 그는 쪽지에 “부부 공무원인데 한 명은 이미 다른 지역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저마저 강릉으로 발령나면 어린 자녀를 돌보는 게 어려워지고, 교육에도 문제가 생긴다. 제발 강릉 청사 부서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했다. 도청 인사팀에는 이런 메시지가 몇 달 전부터 수십 개씩 온다고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하반기 정기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도 공직사회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특히 춘천에 있는 본청과 강릉 제2청사(글로벌본부) 간 인사이동에 대한 직원들의 기피 현상이 심하다보니 “걱정돼서 일손이 안 잡힌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강원자치도에 따르면 이번 정기인사는 도의회 회기 종료(10일) 이후 발표된다. 통상 7월 1일자로 단행되지만, 도의회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이달 중순쯤 발령이 이뤄질 전망이다.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춘천(본청)과 강릉(2청사) 부서 간 이동 인사이다. 멀고먼 ‘태백산맥’을 넘어 생활권 자체를 옮겨야 하는 발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춘천에서 강릉으로 출퇴근하면 이동시간 4시간을 포함해 이른바 ‘9 to 6(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가 아닌 ‘6 to 9’을 해야할 처지다. 아이가 있는 직원의 경우 육아와 교육 문제가 걸린다.

    지난해 춘천에서 직원 100명 정도가 강릉청사로 이동했을 때도 희망자가 20% 수준에 불과했다. 희망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영동권이 고향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영동권에 연고가 있는 일부 직원을 포함해 강릉 이동을 희망하는 인원은 극소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지난해 2청사 발령자 가운데 춘천으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직원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고싶은 사람은 적은데 오고싶은 사람은 많아 인사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실정이다. 도는 춘천~강릉 통근버스와 관사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의미 없다’는 반응이다.

    도 관계자는 “평소 통근버스에 사람이 별로 없다.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어서 춘천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라며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탑승 인원이 늘어나는데, 주중에는 관사에 머물고 금요일 퇴근 이후 춘천에 갔다가 월요일 아침에 다시 강릉으로 오는 직원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 7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공무원이 강릉 제2청사 출근을 위해 통근버스에 올라타는 모습. (사진=MS투데이 DB)
    강원특별자치도 7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공무원이 강릉 제2청사 출근을 위해 통근버스에 올라타는 모습. (사진=MS투데이 DB)

    도 내부에서는 직급별 승진자가 우선 발령 대상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또 기술직 승진자는 외부 기관에 발령받는 암묵적인 관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청사로 발령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청 직원은 “지역을 오가는 잦은 인사이동은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 유지가 어렵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유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2청사 전보를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는 마지막까지 여러 사안을 감안해 인사발령을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문을 연 강릉 2청사에는 관광국, 미래산업국, 해양수산국 등 3국 11과가 들어서 있다. 총 정원(산하 사업소 포함)은 316명이다. 정확한 인사 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본청과 2청사 간 이동해야 하는 직원은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도 인사팀 관계자는 “필수보직 기간은 2년이지만, 중간에 개인 고충이나 조직개편으로 인한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지난해는 2청사에 신설되는 자리가 많아서 100여명 정도였고 이번에는 그 정도 숫자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건의사항이나 개인 고충 같은거를 최대한 인사에 반영하려 한다. 무작정 외면하거나 그러진 않고, 종합해서 인사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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