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음악다방의 부활⋯춘천 1세대 DJ의 ‘화양연화커피’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그때 그 시절’ 음악다방의 부활⋯춘천 1세대 DJ의 ‘화양연화커피’

    [동네 사장님] 28. 뉴트로 음악카페, 화양연화
    일러스트 작가 아들이 DJ 아빠에게 선물한 카페
    한켠에 DJ 부스, 신청곡 쪽지 등 추억 재소환
    홍콩영화 화양연화 인테리어, 후추커피 판매

    • 입력 2024.06.09 00:06
    • 기자명 진광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 석사동 골목을 걷다 보면 80~90년대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한 카페가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한켠에 자리 잡은 디제이(DJ) 부스가 눈에 띈다. 40년 경력의 DJ가 운영하는 카페 ‘화양연화’다.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인테리어와 현대식 일러스트 그림이 조화롭게 어울려 ‘뉴트로(New+retro)’한 느낌을 풍긴다.

     

    춘천 석사동 추억의 음악다방을 표방하는 '화양연화커피' 매장 전경.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석사동 추억의 음악다방을 표방하는 '화양연화커피' 매장 전경. (사진=진광찬 기자)

    화양연화는 고향인 춘천에서 대학생 때부터 DJ 생활을 이어온 최대식(64) 대표와 일러스트 작가인 그의 아들이 함께 만든 카페다. 사라진 음악다방을 재탄생시켜 아날로그 문화를 기억하는 중년 세대들에겐 추억의 사랑방이자, 젊은 세대들에겐 레트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배우 임시완이 출연한 웹드라마 ‘소년시대’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탔다.

    화양연화,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말처럼 춘천시민들과 함께 추억을 되새기고 미래를 그리고 싶다는 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화양연화커피를 운영하는 최대식(64) 대표가 DJ 부스에서 디제잉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화양연화커피를 운영하는 최대식(64) 대표가 DJ 부스에서 디제잉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원래 DJ 출신이라고요.

    대학 신입생 때 계엄령이 확대되면서 갈 곳 없이 음악감상실과 음악다방을 드나들었습니다. 거기서 본 DJ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당시 춘천 명동을 수소문해보니까 동창이 음악다방에서 보조 DJ를 한다더라고요. 마침 그 동창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제게 넘겨달라고 했죠. 보조 DJ를 시작으로 공지천 인근 레스토랑카페 등에서 DJ 경력을 쌓았어요.

    이후 음반회사 문예부, 영상콘텐츠 직종에서 일하면서 다른 DJ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활동해왔죠. 2013년 음악다방을 부활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에 내려왔죠. 저와 같은 세대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춘천 '화양연화커피' 매장 한켠에 자리 잡은 DJ 부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화양연화커피' 매장 한켠에 자리 잡은 DJ 부스. (사진=진광찬 기자)

    Q. 카페 이름을 화양연화로 지은 이유가 궁금해요.

    2013년 춘천으로 돌아와 음악다방을 콘셉트로 3번이나 개업했는데 모두 실패하면서 힘든 시기를 지냈어요. 2019년 지금 화양연화 자리에서 허드렛일을 통해 돈을 벌어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들이 가게 디자인을 모두 해왔더라고요. 아빠의 인생도 꽃같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화양연화를 주제로요.

    아들과 함께 매장을 페인트칠하고 DJ 부스와 소품을 가져와 꾸몄습니다. 이제는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DJ로서 박수받는 삶을 살게 되면서 화양연화에 걸맞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Q. 누구나 DJ가 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요.

    물론입니다. 낮에는 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한테 열려있는데, DJ 체험을 원한다면 내어드리죠. 도우미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요. DJ 부스를 만든 건 인생을 돌려놓고 싶어서였어요. 아름답던 20대 청춘의 시절을 말이죠. 과거로 향하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것은 추억의 음악일 것이에요.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그들에게 청춘을 찾아주는 일환입니다.

     

    춘천 '화양연화커피'에서 맛볼 수 있는 후추커피 포스터.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화양연화커피'에서 맛볼 수 있는 후추커피 포스터. (사진=진광찬 기자)

    Q. 메뉴 중에 ‘후추커피’가 있는데 생소하네요.

    화양연화하면 홍콩영화가 먼저 생각나잖아요. 홍콩에서는 ‘아가베 커피’라는 후추커피가 유명합니다. 그때 그 시절, 그 공간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입니다. 따듯한 우유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고 그 위에 통후추를 뿌려 먹는 커피예요. 라떼와 함께 씹히는 매콤한 향이 은근히 조화가 좋습니다. 한번 마셔보고 계속 찾는 손님들이 많아요.

    밤에는 간단한 주류를 판매하는데, 큰 안주는 없어요. 최고의 안주는 음악이거든요. 음악다방에 맞게 일반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디제잉을 즐길 수 있어요. 신청곡은 마련된 메모장에 적어서 옛날 그때처럼 DJ 부스 구멍에 넣어주시면 틀어드립니다.

     

    춘천 '화양연화커피'에 놓여진 방명록과 신청곡 메모지. 이곳 종이에 원하는 신청곡을 적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화양연화커피'에 놓여진 방명록과 신청곡 메모지. 이곳 종이에 원하는 신청곡을 적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손님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40년 가량 DJ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요청받은 음악은 이글스의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입니다. 최근에는 젊은 층들이 오면서 드라마 OST도 많이 요청해요. 부스에 LP판 5000장 정도가 있고, 여기에 없는 노래는 그때그때 찾아 틀어드리니 원하는 음악을 알려주시면 돼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화양연화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쉼의 공간이자 도시 속 문화살롱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동착을 통해 주문하시면 10% 할인(커피·음료만)해 드리고 있어요. 특히 이런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많이 이용됐으면 좋겠어요.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작지만 무대도 있으니까 춘천의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드라마 소년시대도 그런 취지에서 촬영을 허락한 거고요.

    지역에서는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디제잉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신이 나서 추억 이야기도 하고 춤도 추고 해요. 모두 다 화양연화 같은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3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