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살기 싫어 개조한 주택⋯레트로 맛집 ‘카페 담’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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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살기 싫어 개조한 주택⋯레트로 맛집 ‘카페 담’으로 재탄생

    [동네 사장님] 26. 후평동 ‘카페 담’
    건축 설계소 경력, 직접 주택개조
    따뜻한 분위기와 레트로 인테리어
    버려진 물건과 옛 소품으로 꾸며

    • 입력 2024.05.25 00:05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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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주변에 상가가 보이지 않는 후평동의 한 골목길. 흔히 ‘빨간 벽돌집’으로 불리는 오래된 주택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를 잡은 카페가 보였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어?”라는 생각이 들법한 평범한 주택의 모습이다. 일반 카페처럼 안이 보이는 통창이나 화려한 간판도 없다. 오히려 높은 담장이 카페를 감싸고 있어 안에 들어가 보기 전에는 집인지, 카페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 카페의 2층은 최정우(35)대표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다. 최대표는 처음 창업을 구상할 때부터 ‘1, 2층을 함께 쓸 수 있는 주택’을 생각하며 부동산을 수십 군데 다녔다고 한다. 발품을 팔아 어렵사리 마련한 이 공간은 건축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공사하고 카페로 재탄생 시켰다. 여기에 아늑한 공간에 어울리는 빈티지 소품들을 채워 넣으면서 ‘레트로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 대표를 만나 빨간 벽돌집 카페를 만들게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춘천 후평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담’ 입구. (사진=오현경 기자)

     

    Q. ‘카페 담’은 어떤 곳인가요?

    주택처럼 보이겠지만, 커피와 음료,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카페입니다. 건물은 1991년 가정집으로 지어졌고, 제가 들어오기 전까지 한 가족이 3대째 살고 있었어요. 30년간 한 번도 수리를 하지 않아 노후한 곳이었는데, 제가 모두 허물고 새로 꾸몄습니다.

    ‘카페 담’ 이름은 제 딸들 이름인 ‘소담’ ‘이담’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바깥에 둘러진 벽돌 담의 의미도 있어요. 

    최정우(35)대표가  시그니처 메뉴 담 크림 라떼를 만들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Q. 대표 메뉴는 뭐가 있나요?

    헤이즐넛 시럽을 넣어 만든 ‘담 크림 라떼’가 대표 메뉴에요. 가장 인기가 많죠. 손님들은 디저트로 크로플 종류를 꼭 하나씩 시키더라고요. 스콘, 마들렌, 쿠키 등 빵 종류는 제가 직접 만들고 있어요. 제빵 전공자는 아닌데 직접 재료를 추가해가며 연구해 만든 결과에요. 손님 반응을 보면서 메뉴를 개발하는데, 앞으로 더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달콤한 헤이즐넛 시럽과 고소한 크림이 특징인 담 크림 라떼는 우선 크림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고, 나머지를 커피와 섞어서 마시면 된다. (사진=오현경 기자)

    Q. 카페 창업 전에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셨다고요?

    중학생 때부터 건축, 건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기능 올림피아드에 나가 입상도 하고, 고등학교를 건축 전문계로 입학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즐거웠는데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건축 설계 프로그램을 붙잡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일을 하다 아내를 만났고, 부모님이 계신 춘천에 와서 자리를 잡고 카페를 차리게 됐어요. 

    Q. 일반 카페가 아니라 ‘주택 카페’를 차린 이유가 있나요?

    1층에 카페를 운영하고, 2층엔 제 가족과 살고 싶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만 살았거든요. 가끔 주택가에 가보면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리고 설계 사무실에 있을 때도 옛날 집을 증축하거나 개조하는 일에 흥미가 있었어요. 옛날 집을 그대로 살리면서 디자인하는 게 즐겁다보니 카페도 빨간 벽돌집으로 골랐어요.

    버려진 피아노, 문짝 등 소품을 활용해 꾸민 공간. 벽에 붙은 포스터는 최대표가 직접 작업해 만들었다. (사진=오현경 기자)
    버려진 피아노, 문짝 등 소품을 활용해 꾸민 공간. 벽에 붙은 포스터는 최대표가 직접 작업해 만들었다. (사진=오현경 기자)

     

    인테리어용 CD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했다. (사진=오현경 기자)
    인테리어용 CD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했다. (사진=오현경 기자)

    Q. 빈티지 소품들이 눈에 띄네요.

    아늑한 공간인 만큼 내부도 복고풍(레트로)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이 집에 원래 있던 문짝을 떼서 소품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중고거래를 통해 사 오기도 해요. 카페 중앙에 있는 피아노는 앞집 이웃분이 버리려고 내놓은 걸 가져가도 되겠냐고 묻고 들여온 거예요. 할머니가 주신 옛날 유리잔, 이모가 혼수로 장만한 찻잔 모두 인테리어 소품이 됐어요.

    이 공간은 제가 바꾸고 싶을 때마다 수시로 꾸미고 있어요. 테이블 위치나 의자 구성도 바꿔보고요. 옛날에 일하던 것 때문인지 몰라도 “이렇게 하면 더 이쁠 것 같은데?”하는 욕심에 계속 변화를 주게 되더라고요. 

    가게 입구에 붙은 자리 배치도는 건축 설계를 했던 최대표가 직접 그렸다. (사진=오현경 기자)
    가게 입구에 붙은 자리 배치도는 건축 설계를 했던 최대표가 직접 그렸다. (사진=오현경 기자)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사업을 확장한다거나 규모를 키울 계획은 없어요. 이 공간 안에서 최대한 새로운 느낌을 계속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메뉴 개발도 해보고 싶어요. 손님이 시킨 메뉴는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정도로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맛을 만들 때까지 해봐야죠. 또 지역 주민분들이 더 많이 찾으실 수 있게 ‘우동착’을 통한 10% 할인 혜택도 제공해드리려고 해요.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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