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가족사진 찍어드려요”⋯촬영 후엔 수백만원 추가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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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가족사진 찍어드려요”⋯촬영 후엔 수백만원 추가금 폭탄

    SNS에 ‘춘천시민 대상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 성행
    실제는 촬영만 무료, 작업 후엔 고액 추가금 요구
    업계 오래된 홍보 관행⋯소비자 주의해야

    • 입력 2024.05.22 00:09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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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춘천시민 대상 무료 홍보 이벤트.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춘천시민 대상 무료 홍보 이벤트.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춘천시민 김모씨는 최근 부모님 환갑을 기념해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인터넷을 찾아보다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 홍보물을 발견했다. 이후 업체에 연락해 사진관에서 촬영을 마쳤다. 무료라고 했지만, 업체는 사진의 원본 파일 비용, 액자 구매 비용 등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했다. 수백장을 찍었지만, 원본을 구매하지 않으면 손바닥 크기의 작은 사진 한 장만 얻을 수 있었다. 김씨는 “촬영에 쏟은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금액을 결제했지만 속은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춘천에서 무료 가족사진을 찍어준다는 미끼성 이벤트로 소비자들을 꾀어 촬영한 뒤 고액의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본지가 지난 21일 인스타그램 등 SNS를 살펴봤더니 춘천시 주민을 대상으로 가정의달 기념 무료행사를 한다는 글이 게재돼있었다. 해당 글에는 “가족사진 무료 촬영은 물론, 촬영에 필요한 의상 대여와 메이크업 비용도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고 적혀있다. 심지어 “사진 촬영을 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 제주여행 이용권도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런 광고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상술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무료 이벤트를 가장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현장에서 추가금을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촬영만 무료인 것이다. 여러 명의 가족 구성원이 사진 촬영을 위해 일정을 비워서 모인 데다, 가족 앞에서 얼굴을 붉히며 싸우기 어려운 점을 노린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 관련 피해 구제 사례. (사진=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 관련 피해 구제 사례. (사진=한국소비자원)

     

    또 광고글에서는 춘천시 등 소비자가 사는 지역 이름을 붙이거나 ‘예산 조기 소진’ 등의 문구를 넣어 마치 지자체 광고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50세 이상 부모님이 있어야 한다는 등 누구나 충족할 법한 조건을 걸거나, 선착순이라는 문구로 현혹하는 점도 공통된 수법이다.

    이 같은 광고에 속아 가족사진을 촬영한 춘천시민 이모씨는 “촬영 준비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는데, 원본을 받으려니 수백만원의 앨범을 사거나 장당 40만원의 액자를 사야 한다고 하더라”며 “생각보다 너무 비싼 추가금에 결국 구매하진 않았지만 시간을 낭비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런 광고는 사진관이 직접 올린 게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은 홍보 대행사가 지역 내 사진관을 대신해 광고글을 올린 뒤 소비자와 가까운 사진관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춘천시내 사진관 여러곳이 이런 홍보를 활용하다보니 더 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실제 뒤늦게 과장 광고라는 걸 알게 된 소비자들이 피해 보상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가 접수한 사진촬영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2021년 2049건에서 지난해 2302건으로 늘었다. 지난 3년(2021~2023)간 강원지역에서만 152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실제 피해구제를 받은 경우도 30건에 이른다.

    이런 관행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광고업체가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별님 변호사는 “어차피 미끼상품일 뿐이고, 사진 촬영 자체는 무료이기 때문에 추가 금액을 유도하는 건 속이는 걸로 보기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원은 무료라는 말에 현혹돼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말고, 일시불 결제보단 할부항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신용카드로 결제해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치 모든 과정이 무료인 것처럼 광고한 뒤 사진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에 고액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건전한 상거래 질서가 아니다”라며 “수많은 피해사례가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진관은 촬영 전 추가 요금을 미리 고지하고 촬영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소비자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 상품이라고 하면 사전에 금액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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