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창고 쓰는 마임축제⋯“어디 버려진 축사라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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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없는 창고 쓰는 마임축제⋯“어디 버려진 축사라도 없나요?”

    ■ [칼럼] 한승미 콘텐츠뉴스국 1팀장

    • 입력 2023.08.17 00:00
    • 수정 2023.08.18 00:03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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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월곡리에 위치한 춘천마임축제 창고에 각종 물품들이 쌓여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 월곡리에 위치한 춘천마임축제 창고에 각종 물품들이 쌓여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왔다갔다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요.”

    지난 6월 춘천마임축제를 앞두고 축제 사무실을 찾아갔다. 축제극장 몸짓 지하에 위치한 사무실은 늘 각종 물품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날은 이따금 방문할 때 앉았던 간이 테이블과 의자에도 짐이 쌓여 있었다. 바쁜 시간에 방해가 될까 의자만 살짝 빼서 조용히 앉았다.

    마임축제 사무실은 평소에도 짐이 많은 곳이다. 직원들은 축제를 앞두고 ‘테트리스’를 방불케 하는 짐 쌓기 신공도 발휘한다. 뒤늦게 마주한 직원들은 짐 때문에 미안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라고, 진짜 짐들은 창고에 있다고 했다.

    창고가 위치한 곳은 인적 드문 월곡리로 축제 사무실에서 왕복 1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축제 때다. 2년간 축제는 삼악산케이블카 주차장에서 열렸는데, 월곡리에서 현장까지 짐을 나르면 오가는데만 2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축제 준비 기간에는 이삿짐센터를 연상시키는 물품 옮기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직접 가서 확인한 창고는 더욱 안타까웠다. 이걸 창고라고 할 수 있을까. 지붕도 없이 앙상한 철제로 구분 지은 공간에는 컨테이너 3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처 컨테이너에 들어가지 못한 물품들은 잡초 위에 쌓여 있었다. 햇빛과 비, 태풍 등으로 색이 바랜 물건도 있었다. 

    마임축제는 2021년 2월부터 해당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임대에 들어간 비용만 약 1800만원. 여기에 매번 짐을 나를 때마다 대여하는 트럭 비용까지 더하면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춘천마임축제에 사용된 물품들이 컨테이너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마임축제에 사용된 물품들이 컨테이너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축제 기간에는 트럭 3~4대로 새벽까지 짐을 나른다. 짐을 옮기기 위한 직원 4~5명이 별도로 자가용에 타고 트럭을 뒤따른다. 그나마 이번에는 마임축제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춘천인형극제에서 트럭 1대를 지원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비효율의 극치는 전문인력 낭비다. 축제 핵심 기간에 매번 7~8명의 적지 않은 인원이 짐 나르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참신한 기획과 원활한 축제 진행을 위해 힘써야 할 문화인력들이 짐 나르기에 몰두하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말에도 물품 보관 공간 부족이 논란이 되자, 축제극장 몸짓 2층에 일부 물품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공간의 사용도 위태롭게 됐다. 최근 춘천시가 축제극장 몸짓의 민간위탁을 결정하면서다. 새로운 개인이나 기관·단체가 위탁운영하게 되면 그동안 써왔던 공간의 짐까지 빼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또 물품들을 창고에 보관하는 이유도 한 번 구매한 물품을 여러 번 재사용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축제는 과거에는 강원특별자치도나 춘천시의 협조로 도유지나 시유지를 장단기 임대해 무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춘천시와 축제 개최장소 협조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창고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외딴 시유지나 버려진 축사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축사에는 ‘지붕’이 있기 때문이다. 벽도 지붕도 없는 창고에서 축제의 모습이 비쳐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춘천시의 문화행정이 열악한 축제에 든든한 지붕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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