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추억의 열차가 달린다⋯최윤석 철도 자료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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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폭폭' 추억의 열차가 달린다⋯최윤석 철도 자료 수집가

    23년째 철도 자료 모으는 최윤석씨
    누군가의 삶과 추억 담긴 열차 승차표 가장 소중
    한 시대가 지난 후 사라질 모든 것 후대에는 역사
    철도 자료 전시관 마련해 추억의 즐거움 공유하고 파

    • 입력 2023.06.28 00:01
    • 수정 2023.06.29 08:06
    • 기자명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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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의 수부도시이지만, 험난한 산맥으로 철도가 들어오지 않았던 춘천. 주민의 오랜 숙원이던 철도는 1939년 7월부터 경춘선이라는 이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경춘선은 2010년 복선 구간 개통으로 일부 구간의 폐선까지 지역의 경제성장은 물론 노래 '춘천 가는 기차'처럼 많은 이들의 추억과 애환을 담아냈다. 자동차보다 느리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맴돌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삶과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던 추억의 열차. 6월 28일 철도의 날을 맞아 누군가의 추억을 철도에 담아 기억하고 지켜내고 있는 철도 자료 수집가 최윤석씨를 만나보았다. 

     

    Q. 철도 자료 수집을 시작한 계기는? 
    저는 코레일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윤석입니다. 29년 전 코레일에 입사해 철도 관련 일을 하다 보니 경춘선이 복선화 등으로 현대화되고 일부 구간은 폐선 돼 자료가 많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누군가는 이 자료들을 모아 후손에게 알려줄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 끝에 승차권을 모으기 시작했고, 조금씩 폭을 넓혀 사라진 역 등에 찾아가 없어질 만한 물건을 미리 받아와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철도 자료 수집가로 활동한 지는 23년 정도입니다.

    23년째 철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최윤석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퇴계3 철도건널목 현판과 청량리-춘천 기차 방향 간판이 보인다. (사진=박지영 기자)
    23년째 철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최윤석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퇴계3 철도건널목 현판과 청량리-춘천 기차 방향 간판이 보인다. (사진=박지영 기자)

    Q. 가장 아끼는 수집품이 ‘승차권’인 이유는? 
    가장 처음 철도 관련 수집을 한 것이 '승차권'입니다. 그때는 역에서 승차권을 승객에게 주지 않고 모아서 검수한 후 폐기하도록 해 승차권 한 장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승차권을 모두 폐기해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역에 있는 분들에게 요청해 승차권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모았는데, 경춘선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에도 직접 가서 담당자에게 요청하고 의미를 담아내기 시작해 승차권이 가장 아끼는 수집품이 됐습니다. 통일호, 비둘기호. 등으로 분류하면 한 1000장 정도 될 것 같습니다. 

    1955년부터 2004년 3월 31일까지 49년 동안 운행했던 통일호의 일반 정기 승차권과 학생 정기 승차권. (사진=박지영 기자)
    1955년부터 2004년 3월 31일까지 49년 동안 운행했던 통일호의 일반 정기 승차권과 학생 정기 승차권. (사진=박지영 기자)
    최윤석씨가 수집한 지공 승차권, 청량리-춘천 기차 방향 간판, ITX-청춘 개통기념 승차권. (사진=박지영 기자)
    최윤석씨가 수집한 지공 승차권, 청량리-춘천 기차 방향 간판, ITX-청춘 개통기념 승차권. (사진=박지영 기자)

    Q. 철도자료 수집 후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근현대사 철도자료 중 사설철도부설면허(경춘철도주식회사/청량리~춘천)가 실린 1936년 7월 17일 자 조선총독부 관보와 철도우편열차의 우편 봉투를 보여드렸는데요.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 철도 노선 문서예요. 일제 강점기 때 노선인데 사실상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든 기반이자 한반도 착취의 상징이죠. 이를 담듯 우리나라 철도는 밑에 조금만 나오고 대륙을 잇는 철도만 나와 있어요. 그걸 보고 우리나라가 지금은 강국이 됐지만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는 굴곡의 역사를 담고 있어 마음이 쓰렸죠.

    Q. 수집 기준이나 더 모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실 저는 우표 수집을 했어요. 수집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이 술도 수집하고 철도 자료도 모으기 시작한 건데 사람들이 "왜 술을 모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술도 자료라고 보면 생각이 바뀌어요. 춘천에는 경월소주가 나왔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잖아요. 우리 어른들이 마시던 술이 아무도 기록하거나 남기지 않으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집의 원칙은 따로 없어요. 지금의 세대가 지나고 나면 다음 세대는 못 보니까 이 시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는 수집해 다음 세대에 알릴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니까. 수집품의 값어치를 따지지 않고 보존의 의미를 담아 모든 것을 수집하는 것이죠. 

    철도 자료 수집가 최윤석씨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도우편열차의 우편 봉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철도 자료 수집가 최윤석씨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도우편열차의 우편 봉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Q. 철도 자료 수집가로서 목표는? 
    철도는 저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니까 제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다치지 않고, 반려자도 만나고 인생 설계도 할 수 있는 그런 도움을 주었죠. 다른사람들에게 기차의 추억은 다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제 목표는 제가 모은 것을 다른사람과 나누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남들이 생각했을 때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각자의 추억으로 '아 내가 이 시절에는 이런 기차표를 사용했었지'라고 추억하고 '누구와 이런 기차를 탔었지'라며 그 시대를 회생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누고 싶습니다. 

    정리=[한재영 국장]
    촬영·편집=[박지영 기자 ji8067@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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