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러다 강원특별자치도에 아기 울음소리 끊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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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이러다 강원특별자치도에 아기 울음소리 끊어질라

    • 입력 2023.06.12 09:25
    • 수정 2023.06.14 08:27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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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급대원이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를 헬기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구급대원이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를 헬기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에서 갑자기 출산이 임박해진 임신부가 분만실을 찾지 못해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응급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한 덕분에 서울에서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으니 결과는 다행스럽다. 하지만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찬찬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속초의 한 리조트에 머물던 30대 임신부가 분만 예정일을 1주일쯤 앞둔 시점에서 양수가 터졌다며 응급 신고를 해 온 것은 새벽 4시쯤이었다. 현장에 출동했을 때 임신부는 태아가 자궁 안에 거꾸로 자리한 상태여서 분만 의료 없이 출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됐다. 소방당국은 분만 의료시설이 있는 병원을 찾아 나섰고, 강릉의 한 대형병원에 제왕절개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분만실 병상이 없어 수술과 입원이 불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속초와 원주의 의료원에도 연락을 취했으나 “야간시간에는 분만 수술이 어렵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 사이 2시간이 흘렀고, 결국 200㎞ 떨어진 서울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강릉과 속초·원주의 의료원들이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누구 탓을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아기 낳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분만 가능한 의료시설이 없는 지역을 분만 취약지라고 부른다. 취약지는 이번에 일이 터진 속초를 포함해 평창, 정선, 화천, 인제, 횡성, 고성, 양양, 태백, 삼척, 홍천, 영월, 철원, 양구 등 강원특별자치도 내에만 14개 시·군이 있다. 그러니까 이들 지역 임신부는 때가 되면 대도시로 ‘원정출산’을 나갈 수밖에 없다. 단지 중소도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불평등이자 지역차별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2023년 5월까지 헬기를 통해 임신부 등 구급 환자를 옮긴 사례가 714건에 달한다. 구급차로 이송 중 차안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2022년 상반기에만 전국에서 97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강원특별자치도 사례다. 2015년 태백에서는 산모가 출혈과다로 상급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언론에 터졌을 때 잠깐 화제가 될 뿐 얼마 안 가 흐지부지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분만 취약지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에서부터 의사들의 산부인과 기피현상, 저출산 고령화 문제까지 두루 연결돼 있다. 단칼에 해결될 사안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간 강원특별자치도에 아기 울음소리가 아예 끊어질 수도 있다. 임신부가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이제 우리는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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