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쌍(雙)특검 수사결과 보고 국민이 후보 고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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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칼럼] 쌍(雙)특검 수사결과 보고 국민이 후보 고르게 하라

    • 입력 2021.11.24 00:01
    • 수정 2021.12.22 09:51
    • 기자명 염성덕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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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홍준표 의원이 뼈 있는 말을 했다. “이재명, 윤석열 중 지는 한 사람은 교도소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다.” 직설도,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홍 의원이 경선 패배의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것이라고만 볼 수 없는 발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맞닥뜨린 현실을 고려하면 홍 의원의 발언은 현실화할지 모른다.

    이 후보는 ‘대장동 로비·특혜 의혹의 몸통’,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의 몸통’이라는 지적을 상대 진영으로부터 받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두 후보가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검찰과 공수처 수뇌부는 집권세력이 임명했다. 윤 후보 진영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정권 말기 수사당국이 권력 풍향계를 주시하면서 대충대충 수사하고, 사건을 뭉개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정권 교체기에 누구 손을 잡아야 살아남을지 몸부림치는 검사들의 행태를 그린 영화 ‘더 킹’은 흘러간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재 진행형일 수 있다.

    대체로 수사당국의 수뇌부는 바람보다 먼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누웠다. 권력에 맹종하지도, 아부하지도 않은 극히 일부만 고독한 길을 걸었다. 한 후보만 집중적으로 파헤치면 ‘편파·불공정 수사’ 논란에 휘말린다. 이래저래 수사당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검찰과 공수처가 두 후보를 수사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낙제점 수준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고발사주 의혹보다 대장동 의혹을 더욱 엄중하게 보고 있다. 경실련은 대장동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드문드문 실정(失政)을 성토한 경실련은 그렇다고 치자. 참여연대와 민변은 경실련보다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었다.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격앙된 표현을 썼다. “앞에서는 공공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민간 택지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만은 아닌 듯하다. 이쯤 되면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의지는 명확하다고 봐야 한다.

    2강(强), 2약(弱) 구도를 형성한 여야 4당 대선후보는 두 의혹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2약과 2강의 생각이 다르다.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의중은 확실하다. 심 후보는 검찰과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모두 특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만에 하나 범죄를 저지른 후보가 당선된다면 취임 첫날부터 나라를 망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대한민국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안 후보도 ‘쌍(雙)특검’을 제안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자타가 인정하는 법률 전문가다. 대장동·고발사주 의혹을 마주하면서 수사결과를 짐작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윤 후보가 쌍특검을 들고 나왔다. 그는 “여권에서 2개를 쌍으로 특검을 가자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쌍으로 특검을 가자고 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 후보의 조건과는 내용이 다르다. 대선후보 3명이 쌍특검에 동의한 모양새다. 여론조사 결과도 대장동 특검 도입 의견이 훨씬 많았다.

    이 후보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 미진’ ‘검사 시절 윤 후보의 대장동 자금 조달 비리 묵인 의혹’을 특검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대선후보 4명만 놓고 보면 이 후보의 특검 도입 의지가 약한 듯했다. 국민이 시간 끌기 전술로 볼 수도 있는 행태다.

    이 후보가 공세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그는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나. 제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사실상 중간 수사결과를 내놓은 22일 이 후보는 “특검에 조건 없이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천대유 특검에는 비리의 시작점인 윤 후보의 저축은행 대출 비리 묵인, 화천대유 측의 윤 후보 부친 집 매입사건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의 당사자가 특검의 수사 범위까지 거론한 것은 월권에 가깝다.

    두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 대선을 치른다면 대통령당선인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 순간부터 정치권은 시계 제로의 늪에 빠진다. 국민통합, 여야협치, 민생안정 그 어느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쌍특검을 누구로 할지 싸울 필요도 없다. 대장동 특검은 야당이, 고발사주 특검은 여당이 추천하면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이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래야 수사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하지 못한다. 대선 전에 엄정한 수사결과가 나와야 하고, 그 결과를 보고 국민이 후보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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