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1. 다문화 가정 느는데…이주민 68% “인종차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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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시대] 1. 다문화 가정 느는데…이주민 68% “인종차별 있다”

    ‘4만’ 임박 도내 외국인주민 중 ‘7588명’ 춘천 거주
    강원도 다문화 혼인 650건…전년 대비 13.2% 증가
    다문화 지원하려면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 조성

    • 입력 2021.05.04 00:01
    • 수정 2021.05.12 15:43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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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국적이나 인종, 문화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을 뜻하는 ‘다문화가정’이 국제결혼과 이민·취업 증가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정착하기 시작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차가운 시선과 차별이 존재한다. 다문화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짚어보고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불편부당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기획기사를 보도한다. <편집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국인 노동자, 국제 결혼 증가로 인해 국내 다문화가정이 크게 늘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은 221만명을 넘어섰다. 다문화가정 증가는 농촌 인력난 해소,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시점을 늦추는 등 경제가 성장하는데 보탬되어 왔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향한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외국인주민 ‘4만’ 임박…19.7% 춘천 거주

    행정안전부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활용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수는 2019년 11월 기준 221만66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인구 5177만9203명 대비 4.3%에 해당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40년에는 352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주민은 한국에 거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귀화자·외국인주민 자녀(출생) 등을 의미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은 3만8504명으로 확인됐다. 춘천시는 758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도내 결혼이민자 및 인지·귀화자는 2012년 6103명이었다가 2019년 7659명으로 늘었다. 7년만에 25.5% 증가한 셈이다. 춘천은 2012년 1781명에서 2015년 2149명까지 늘었다가 2016년부터 차츰 감소해 2019년 1200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주민수가 늘면서 다문화 혼인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 다문화 인구동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전체 혼인은 23만9159건으로 전년보다 7.2% 감소한 반면 다문화 혼인은 2만4721건으로 전년 대비 4.0%(948건) 증가했다.

    강원도 전체 혼인은 6833건으로 전년 대비 3.4%(241건) 줄어든 반면 다문화 혼인은 650건으로 전년 대비 13.2%(74건) 늘었다. 춘천의 경우 시청으로 접수된 국제결혼 혼인신고 건수를 확인한 결과 2005년 7건에서 2020년 61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명 중 4명 외국인주민, 인종차별 존재 68.4%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4명이 외국인 주민일 정도로 다문화가정은 낯설지 않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을 위한 정책은 2006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당시 ‘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이 수립된 데 이어 2008년 3월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다.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돕기 위해 정부가 나서며 인식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들은 사각지대에 가려져 차별과 편견에 맞서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성인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청소년 다문화 수용성은 71.22점으로 2015년 대비 3.59점 상승했으나 성인은 1.14점 하락한 52.81점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다문화가정을 향한 인식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에서 이주민 3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인종차별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은 68.4%로 높게 나타났다. 차별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한국어 능력 62.3%, 국적 59.7%, 민족 47.7%, 인종 44.7%, 피부색 24.3%였다.

    최근 춘천에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중 우선돼야 하는 분야로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여전히 다문화가정을 향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춘천시가 발표한 ‘2020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지원 중 1순위로 이뤄져야 하는 것을 묻는 문항에서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고른 응답자가 5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한국 적응 교육’ 44.0%, ‘외국인 전문 상담소 운영’ 14.4%, ‘다문화 자녀 특별교육 지원’ 14.1% 순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구도심에서는 ‘한국 적응 교육’이 48.2%로 높게 나타났으며 이외 지역에서는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대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녀 모두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가장 높았다.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과 선입견에 힘들었다”

    2003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춘천에 정착한 박신애 씨는 “한국에는 편견을 갖지 않는 좋은 분들이 많지만 일부는 이주여성이라고 보고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초창기에는 ‘남편을 잘 만났나봐요’, ‘남편이 돈 많나 봐요’, ‘남편 몇 살이에요?’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저를 다르게 바라보는 선입견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계기로 2010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정착해 춘천에 거주하고 있는 박혜진 씨는 “이주여성에게 편견은 누구에게나 가지는 것 같다. 스스로 기죽거나 했던 적이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행동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은 “가장 중요한 건 다문화가정이 사회에서 한국사람과 차별적 지위에 놓여있는 분들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외국에서 온 이들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고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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