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홍남기 부총리는 ‘나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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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의 경제읽기] 홍남기 부총리는 ‘나쁜 사람’인가

    • 입력 2021.03.01 00:00
    • 수정 2021.03.03 06:48
    • 기자명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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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가리켜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런 심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여당 측은 코로나19 직접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선별지원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지원을 동시에 하자는 주장을 폈다. 그렇지만 홍남기 부총리 등 정부 측 인사들이 이를 막아섰다. 

    이 대표와 홍 부총리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일 때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맡고 있었다. 그가 부총리에 기용된 것도 이낙연 대표의 추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낙연 대표가 과격하게 나무란 것을 보면 단단히 화가 났었던 것 같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의 해명에 따르면 이 대표가 “크고 깊은 국민의 고통 앞에서 격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고통을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재정을 물쓰듯 쓸 경우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당국자들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당 요구대로 재난지원금을 무작정 늘리면 정부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분명하다. 

    정부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경정 예산을 또 편성한다. 새해 예산을 집행하기 시작한지 불과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4월 일부 지방의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두른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정권을 잡자마자 대뜸 추경예산을 편성한 일도 있다. 그리고 해마다 핑계를 들어 추경예산을 편성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3차례나 작성했다. ‘추경중독’에 걸린 것 아닌가 싶다. 

    더욱이 소요재원을 마련하려면 거액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라 10조원 이상의 국채 발행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민 보편지원까지 하려면 아마도 수십조원어치의 국채를 찍어야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향해 무조건 국채를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게다가 나중에 다른 이유를 들어 추경예산을 또 내놓을 가능성도 짙다. 그리하여 연말이면 국가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50%를 크게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앞뒤 재지 않고 가려는 집권여당의 막무가내식 움직임을 국고관리 책임자로서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카이사르 장군은 공화정을 뒤엎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면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고를 탈취했다. 그때 호민관 메텔루스가 막아섰다. 이에 카이사르는 “법과 칼은 다르다”며 위협했고 메텔루스는 결국 물러섰다. 13세기 중세 유럽의 시성 단테는 불후의 명작 ‘신곡’의 연옥편에서 메텔루스를 가리켜 “선량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말하자면 홍 부총리는 메텔루스와 같은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에도 재난지원금 선별지원과 주식양도세 부과기준 확대, 재정준칙 제정 등을 둘러싸고 집권여당과 몇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그때마다 집권여당으로부터 “자리를 내놓으라”는 소리도 들었다. 결국 그는 메텔루스처럼 번번이 물러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홍남기 부총리의 뚝심이 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손을 들어주고 여당도 전국민 재난지원금까지 한꺼번에 집행하자는 주장을 접었다.

    그럼에도 여당의 전국민 지원금 지급 주장은 아직 살아 있다. 따라서 추후 이 문제를 둘러싸고 홍 부총리와 정부여당 사이에 또다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나쁜 사람”이라는 말이나 물러나라는 요구를 또 듣게 될 수도 있다. 

    홍 부총이 물러나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재정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데도 무턱대고 써버리려는 심사가 위험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아직 진행중이니 재정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함부로 빚을 늘리고 마구 썼다가는 훗날 어떤 부담을 국민이 짊어져야 할지 알 수 없다.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나 절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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