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 교육과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있거든요. 저희 학교가 역할을 다해 양질의 교육을 찾아 돌아오는 가족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춘천 효자동 주거지역 한복판에 자리한 효제초는 한때 전교생이 1200명에 육박하는 중심 학교였다. 하지만 점차 외곽으로 도시가 확장하고,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학교들에 학생이 몰리며 현재는 전교생이 113명에 불과하다. 도시 환경 변화뿐 아니라 인구 감소와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원도심 쇠퇴와 학교 규모 축소는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한상숙 효제초 교장은 “학교가 무너지면 지역이 무너진다”며 “침체한 원도심을 살리고, 아이들로 북적이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시와 춘천교육지원청은 작은 학교들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기 위한 ‘더 나은 원도심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효제초는 그 대표적인 학교다. 오래된 시설을 개선하고 다양한 무료 방과후 수업과 체험 활동을 제공해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한 교장의 목표다.
이달 현재 효제초의 학급당 학생 수는 14.1명,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1.3명이다. 퇴계동, 석사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 초등학교 대부분 학급당 20명이 넘고, 교사 한 명이 17~19명을 돌보는 것과 비교하면, 효제초는 상대적으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돌봄이 가능한 환경이다. 교장이 모든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외워 아침마다 인사를 나눌 정도다.
한상숙 교장은 지난해 9월 부임 후 이런 환경을 적극 활용해 아이들에게 맞춤식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영어와 독서 교육은 효제초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전교생이 원어민 1대1 화상 영어 강의를 듣고,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영어 콘텐츠 활용 수업을 받는다. 일부 학년은 주 4회 화상으로 원어민과 회화 수업을 하고, 이외에도 매일 20분간 전교생이 영어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학년은 무료로 숙박형 영어캠프에 참가한다.
한 교장은 “중학교 진학 이후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시절엔 많은 경험을 하고 영어와 독서 습관 등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며 ”공립 초등학교에서 이 정도로 집중적인 영어 교육을 받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콘텐츠를 접하게 되자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선 “따로 학원에 안 보내도 될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교장은 양양의 한 시골 학교를 부활시킨 경험이 있다. 양양 현북초는 코로나19 이전 학생 수가 10명도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내몰렸으나, 한 교장 취임 이후 밀도 있는 교육과 체험 활동, 지역사회와 소통으로 학생 수가 50여 명까지 늘었다. 현북초에서 5년의 임기를 끝내고 한 교장이 다음 부임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춘천의 원도심 학교인 효제초다.
한 교장은 올해 ‘더 나은 원도심 학교 운영학교’로 지정된 뒤 풍부한 재원을 활용해 각종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교직원이 줄면,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교육 여건이 열악해지는 악순환을 막고자 지역사회에서 각종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원도심 지역 공동화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자, 올해 이 사업으로 효제초와 동춘천초가 선정돼 총 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3년간 춘천시 교육경비를 지원받아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효제초의 강점이다. 전체 수강 인원은 194명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74명) 대부분이 2개 이상 수강한다. 게다가 생존 수영, 겨울 스키캠프, 바이올린 연주 등 예체능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함께 고전을 읽는 GB(Great Books) 프로그램과 담 작은 도서관과 연계한 독서 체험학습, 작가와의 만남, 그림책 만들기 등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에도 초점을 둔다.
한 교장은 “요즘 학부모들은 신축 시설과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을 기대하며 자녀를 아파트 인근 학교에 진학시키려 하지만, 밀착적인 맞춤형 교육과 다양한 체험의 기회 측면에서는 작은 학교가 강점이 있다”며 “효제초는 리모델링으로 아토피 걱정 없는 편백 소재 교실을 만들어 편의 시설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학생 수가 적은 환경에서 교사와의 긴밀한 소통,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통한 경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효제초에는 공동학구가 적용되지 않아 주소지를 효자1‧2동과 석사동 일부 지역에 둔 학생만 진학할 수 있다. 한 교장의 목표는 현재 학구 내 주소지를 둔 예비 초1 어린이 전원이 내년 3월 효제초로 입학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수한 교육 환경을 인정받아 효제초 진학을 위해 원도심으로 돌아오는 인구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지향점이다. 훌륭한 원도심 학교가 인근에 있으니, 학군 내 거주하는 학생들이 집 근처 학교로 진학해 혜택을 누리며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한 교장은 “초등학교 시기에는 외국어와 문해력을 다지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아 사고력을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과서 공부만이 아니라 악기나 만들기 교육도 함께해 융합적 사고를 키워야 성인이 된 뒤에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기도에서 강원지역 유학을 고려한 학부모가 효제초의 영어‧독서 교육에 공감한다며, 자녀의 입학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다”며 “좋은 교육 환경으로 찾아 춘천 원도심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아예 학원 시스템을 병행하면 어떨까아ᆢᆢ 그럼 또 학원운영이 문제 되는건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