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보면 병을 다 안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맥을 보면 병을 다 안다?

    [김도경의 동의보감]

    • 입력 2024.06.25 00:00
    • 수정 2024.06.27 21:53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한의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는 경우 흔히 “맥을 보러 간다” “진맥 잘하는 곳이 어디냐”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한의원에서 맥을 보는 것은 진찰의 아주 중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한의사는 맥만 보면 병을 다 알아맞힌다”는 오해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요즘은 드물지만, 과거에는 한의원에 오셔서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손목만 내미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부부가 같이 진찰실에 들어와서 남편분 진맥을 봐달라고 하시는데 남편분이 무슨 말만 하려 하면 아내분이 옆에서 눈치를 자꾸 주면서 말을 못 하게 말립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냐고 물어봐도 일단 맥부터 봐달라고 합니다. 아마도 한의사가 맥만 보고 남편 병을 알아맞히는지 테스트를 하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과연 한의사는 맥만 보면 병을 알아맞힐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한의학적 진단 방식은 기구나 장치를 통한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형색맥증(形色脈證)이라는 한방 고유의 진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형색(形色)이라는 것은 안색이나 얼굴의 형태, 이목구비의 모양. 얼굴의 주름, 기미, 점, 손가락의 모양, 체형 등을 살피는 것으로 ‘망진’이라고도 합니다. 

    맥(脈)은 글자 그대로 맥을 짚어 보는 것이며 증(證)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배를 만져보고 살펴보기도 하고 환자의 음성을 들어보고 참고하기도 합니다. 음성을 듣고 병을 진단한다고 하면 아마 황당하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을 테지만 예를 들면 숙련된 정비공은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자동차 상태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한의원 진료 시 증상에 대한 정보를 의사에세 많이 전달하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의원 진료 시 증상에 대한 정보를 의사에세 많이 전달하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바른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형색맥증을 합일(合一)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형색에 따른 체질을 감별하고 맥을 짚어 보고 호소하는 증상을 모두 고려하고 종합해야 좋은 처방이 나오는 것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빨리 잡으려면 경찰이 여러 가지 단서를 많이 모아서 범인을 압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단지 맥만 보고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경우는 없으며 많은 정보를 의사에게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면 할수록 좋은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올바른 치료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맥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방법도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손목의 안쪽을 눌러보시면 누구나 맥이 뛰는 것을 느낄 수가 있으며 왼손, 오른손은 구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간혹 맥이 손등 쪽으로 뛰는 분들도 있으므로 잘 살펴보시면 됩니다. 맥의 종류는 28가지가 있고 좌우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일반분들은 맥의 빠르기만 체크해 보시면 됩니다.

    맥의 빠르기는 1분에 72회를 정상으로 보며 만약 80회가 넘으면 삭맥(數脈), 60회 이하면 지맥(遲脈)입니다. 혈압을 잴 때처럼 편안한 상태로 15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맥박수를 재어 보시고 만약 삭맥과 지맥이 나온다면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또한 부정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이 빠르게 뛰었다, 느리게 뛰었다를 반복하거나 중간중간에 맥이 뛰다가 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결대맥(結代脈)이라 하는데, 역시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부정맥은 적어도 2~3분 정도 집중해서 살펴보아야 하며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적인 맥박이 나타난다면 건강의 이상을 암시하는 경우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