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최고의 자연유산 집다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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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최고의 자연유산 집다리골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 입력 2024.06.20 00:00
    • 기자명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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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땅에 붙인 이름이 지명이다. 한 번 붙여진 지명은 오랜 세월이 지나며 음운의 변화가 생겨 그 의미 파악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춘천 지명에도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지명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집다리골’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가장 많이 자아내고 있다.
     
    집다리골은 남쪽에서 10번째 안에 드는 화악산(1468m) 자락의 응봉(1436m)과 촉대봉(1125m) 사이에 있다. 응봉에서 촉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모두 1000m가 훌쩍 넘는다. 두 봉우리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사계절 내내 집다리골로 흘러내린다. 골짜기 곳곳은 풍부한 수량과 거대하고 기괴한 바위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활엽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봄이면 녹음이 우거져 봄꽃으로 가득하며, 한여름에도 계곡에는 항시 서늘한 바람이 불어 한기를 느낄 정도로 청량하며, 가을에는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답고 겨울에는 설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여기에 춘천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이 들어서며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춘천을 대표하는 최고의 자연유산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자연휴양림 누리집에 “깊은 계곡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두 집에 청춘남녀가 살았다. 매일 얼굴을 마주 보면서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다가 서로 볏짚을 엮어서 다리를 놓고 사랑을 이루었다. 그 후로 사람들이 이 골짜기를 ‘집다리골’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소개되어 있다.

    두 남녀가 볏짚을 엮어서 다리를 놓았고 이 다리로 인해 사랑을 이룰 수 있었으며 이러한 연유로 ‘집다리골’로 부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볏짚으로 만든 다리라면 ‘짚다리’라고 해야 할 터인데, ‘집다리’라고 쓴 것부터 이치에 닿지 않는다. 원시림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마주하여 남녀가 거주하고, 산골짜기에 다리를 놓을 만한 볏짚이 때맞추어 등장한 점도 석연치 않다.

    ‘집다리골’은 직다리가 있었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아주 오래전 일제강점기 때부터 집다리골에는 숯을 생산하는 숯가마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생산한 숯을 나르기 위해 시멘트 다리를 설치했는데 그 다리를 직교(直橋·곧은 다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직교를 ‘직다리’로 부르다가 발음상의 편리에 따라 ‘집다리’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다리의 이름을 취하여 골짜기의 이름으로 삼게 된 이유가 여전히 의문이다. 

    집다리골은 ‘집+다리골’로 분절할 수 있다.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다리골’은 ‘산의 골짜기’ 즉 ‘산골’이란 기원적 의미가 있지만, ‘골’자 앞에 놓인 ‘다리’는 산(山)의 특징인 ‘높다’라는 의미로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고산준령인 응봉과 촉대봉 능선에서 시작하는 ‘(집)다리골’은 ‘높은 곳에 있는 골짜기’라는 해석에 부합한다. 

    그러나 여전히 ‘집다리골’에서 ‘집’ 자의 해석이 문제로 남는다. 추론컨대, 한자 ‘集(집)’과 연관이 높아 보인다. ‘集’ 자는 모으다, 모이다, 이르다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하면서 샘솟다, 높고 크다, 높고 첩첩한 모양, 떼짓다 등의 의미로 확대된다. 기본 뜻과 확대한 뜻에 주목해 본다면, ‘집다리골’은 첩첩한 크고 높은 산에 있는 골짜기로 해석될 수 있다.
     
    집다리골은 도심에서 가깝다는 장점과 함께 청정 자연유산으로도 가치가 높다. 특히 집다리골에는 거대한 바위가 골짜기에 가득하고, 이 바위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을 타고 티 없이 맑은 청정한 시냇물이 흘러내린다. 춘천에 내려준 자연의 선물로 집다리골 만한 곳도 없기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즈음에 한 번은 가봐야 할 매력적인 장소로 다가선다. 나아가 집다리골은 잘 보존하여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할 춘천 최고의 자연유산이다.

    ■ 허준구 필진 소개
    -전 춘천학연구소장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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