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모래로 끓인다고?⋯춘천에서 맛보는 ‘튀르키예식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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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모래로 끓인다고?⋯춘천에서 맛보는 ‘튀르키예식 커피’

    [동네 사장님] 27. 튀르키예의 맛 샌드브루
    300도 모래에서 끓이는 전통 방식의 커피
    에스프레소와 비교해 깔끔한 맛이 특징
    카이막, 술탄로쿰 등 이색 디저트 선봬

    • 입력 2024.06.02 00:0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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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는 1000년 이상의 오랜 커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조법도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다. 손잡이가 달린 전용 주전자 ‘체즈베(cezve)’에 곱게 간 원두와 물을 넣고 섞은 다음, 뜨겁게 달군 모래에 넣어 끓인다. 기계로 뽑아내는 에스프레소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지만, 이 과정에서 훨씬 더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향이 나온다.

    튀르키예엔 “커피 한 잔을 마시면 40년 동안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이 전통적인 방식의 커피 한 잔은 한 문화권에서 환영과 우정, 접대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여겨진다. 그런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튀르키예식 커피 문화와 전통’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권상철(30) 샌드브루 대표가 튀르키예식 커피 도구인 ‘체즈베(cezve)’를 들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권상철(30) 샌드브루 대표가 튀르키예식 커피 도구인 ‘체즈베(cezve)’를 들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방식이지만, 국내 카페 환경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춘천에서도 튀르키예식 커피를 만드는 카페가 있다. 생긴지 벌써 1년 반이 넘어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카페다. 31일 온의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카페 ‘샌드브루’에서 체즈베로 ‘모래 커피’를 끓이는 권상철(30) 대표를 만났다.

    Q. 튀르키예식 모래 커피, 생소한 방식이네요.

    ‘샌드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튀르키예식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들여온 깨끗한 모래를 사용해 300도까지 온도를 올려 커피를 끓여요. 일반 모래를 사용하면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모래가 타버리고, 세균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반드시 호주에서 수입한 사막 모래만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전용 주전자인 체즈베를 넣고 반쯤 모래에 잠기게 한 다음 살살 움직여가며 천천히 끓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고압‧고온에서 빠르게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비해 커피 맛이 깔끔해집니다.

     

    샌드브루는 300도의 모래에서 커피를 끓이는 튀르키예 전통방식의 커피를 선보인다. (사진=권소담 기자)
    샌드브루는 300도의 모래에서 커피를 끓이는 튀르키예 전통방식의 커피를 선보인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커피로 ‘운세’를 볼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궁금합니다.

    고운 입자의 커피 가루와 함께 마시기 때문에, 다 마시면 잔에 가루가 남아요. 현지에서는 이렇게 흘러내리는 가루의 모양이나 모양으로 하루의 운을 점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가루를 부담스러워는 분들도 있어서, 사실 한 번 더 여과해 만드는 ‘샌드 아메리카노’의 인기가 더 좋습니다.

    원두를 고르시면, 전통방식으로 커피를 끓인 다음 가루를 걸러내 아메리카노로 만듭니다. 오리지널은 따뜻하게만 드실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어요. 물론 에스프레소 기계도 갖추고 있어서, 원하면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기본 아메리카노도 가능하죠.

    Q. 커피 종류가 다양하네요.

    샌드 아메리카노는 직접 원두를 고를 수 있는데요. 과테말라는 바디감이 있고, 커피 향이 묵직합니다. 브라질은 깔끔하고 산미가 없고요. 에티오피아는 부드럽고 커피 향이 은은한 특징이 있죠. 보통의 산미에 카페인이 없는 디카페인 원두도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요.

    Q. 에이드에 들어가는 청도 직접 만든다고 들었어요.

    패션후르츠, 자몽, 레몬, 딸기에이드에 들어가는 청은 모두 수제입니다. ABC착즙주스도 직접 만들고요. 최근에는 시럽을 넣지 않고 꿀과 수박으로만 맛을 낸 꿀수박주스가 특히 인기입니다.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만드는 선물용 모래 커피 원액도 있어요. 얼음만 있으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샌드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장시간 우유를 굳혀 크림처럼 만든 카이막은 샌드브루의 대표적인 디저트 메뉴다. 꿀과 견과류를 곁들여 식빵과 함께 먹는다. (사진=샌드브루)
    장시간 우유를 굳혀 크림처럼 만든 카이막은 샌드브루의 대표적인 디저트 메뉴다. 꿀과 견과류를 곁들여 식빵과 함께 먹는다. (사진=샌드브루)

    Q. 디저트 메뉴도 튀르키예식인가요?

    네, 맞아요. 대표적으로 우유의 지방을 굳혀 크림처럼 만든 ‘카이막(kaymak)’입니다. 우유를 약불에 천천히 끓여 40시간에 걸쳐 만드는 음식이죠. 손이 많이 가고,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하지만,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인기가 좋습니다. 카이막에 꿀과 견과류를 곁들여 식빵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술탄로쿰’을 개시했는데, 무스케이크 느낌을 주는 튀르키예식 디저트입니다.

     

    무스케이크와 비슷한 식감의 튀르키예 디저트인 술탄로쿰. (사진=샌드브루)
    무스케이크와 비슷한 식감의 튀르키예 디저트인 술탄로쿰. (사진=샌드브루)

    Q. 어떻게 튀르키예식 커피를 선보이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실용음악 작곡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대형 카페에서 일했어요. 카페에서 일하면서도, 쉴 때 다른 카페에 다니는 걸 좋아해 여러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평소 커피 맛에 까다롭지는 않았는데, 다니다 보니 ‘디테일’의 차이를 알겠더라고요.

    어느 순간 에스프레소로 내린 커피의 텁텁함이 싫기도 했고, 제가 지향하는 커피는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이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커피를 만드는 과정까지 다 보여드릴 수 있는 튀르키예식을 선택했습니다.

    Q. 공간 곳곳에 ‘모래’를 연상케 하는 장치들이 있네요.

    튀르키예 커피의 기본이 되는 ‘샌드(sand)’의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습니다. 모래 색깔과 비슷한 가구를 들이고, 곳곳에 선인장과 작은 식물을 뒀어요. 덕분에 모래로 끓이는 커피를 처음 접하고, 신기하게 구경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체즈베를 형성화한 샌드브루의 로고. (사진=권소담 기자)

    Q. 앞으로 꿈꾸는 ‘샌드브루’는 어떤 카페인가요.

    사실 춘천에 좋은 대형 카페들이 정말 많잖아요. 샌드브루는 일상에서 가볍게 찾아와 쉼을 맛보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우동착오더’를 통해 10% 할인도 됩니다.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것도 이런 취지로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비어있던 온의동의 주택을 개조한 카페인만큼,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느낌을 받길 바랍니다. 일상 속 편안한 휴식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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