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내린 눈⋯올해 과일은 얼마나 더 비싸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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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에 내린 눈⋯올해 과일은 얼마나 더 비싸질까

    [칼럼] 권소담 콘텐츠뉴스국 경제팀 기자

    • 입력 2024.05.30 00:00
    • 수정 2024.05.31 07:0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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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담 경제팀 기자
    권소담 경제팀 기자

    최근 소셜 미디어가 눈 쌓인 5월의 산을 기록한 사진으로 도배됐다. 녹음이 짙은 나무 위로 흰 눈이 내려앉은 모습은 ‘아포칼립스적’이었다. 5월 중순에 발효된 대설주의보라니.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에 대한 감상도 잠시였다. 오뉴월에 내린 눈이 농산물 공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역사상 가장 더운 4월 과일나무가 일찍 꽃을 피웠기에 냉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춘천만 해도 5월 초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올랐다. 이른 더위가 시민들을 괴롭히더니, 며칠 뒤엔 최저기온이 4.9도까지 떨어지며 기온 변화가 심했다. 농가는 비상이 걸렸다. 냉해를 막기 위해 방상 팬을 설치하고, 서리 피해로 인한 병원균 침입을 막기 위해 살균제를 쓰라는 긴급 알림이 쏟아졌다.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이미 현실화됐다. 제주, 남해 등 남부지방의 마늘 주산지에서는 벌마늘 피해가 발생했다. 마늘이 여러 쪽으로 갈라져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인데, 급격한 기온 변화와 일조량 부족, 많은 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선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되자, 앞으로 작황 피해가 발생하면 단위 생산량이 줄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실 역시 2월 하순 이후 개화기 저온으로 인한 수정 불량 피해가 발생해 전남 순천, 경남 하동 등 지자체에서 정확한 피해조사에 나섰다.

    농업인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기후재난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대책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잦은 이상 기후로 농업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어, 농가가 소득을 보전할 수 있도록 기후재난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금성 지원의 필요성을 두고는 의견이 갈리지만, 이들의 메시지만큼은 명확했다. 이미 농업 현장에선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고, 그 영향이 농작물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벌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16일 오전 평창 발왕산 정상에 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평창 발왕산 정상에 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일시적 조치를 넘어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기후 재앙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정부의 지원책만으로는 급변하는 농업 환경에 대비할 수 없어서다. 농업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함께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식생활은 사회적 관습과 환경에 따라 형성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기에 짧은 시간에 바뀌기 힘들다. ‘비싼 과일은 안 먹으면 된다’라거나 ‘수입하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는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와 국내 식량 자급률 감소에 대한 문제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충분한 검토 없이 외국 농산물을 수입한다면 국내 먹거리 시장이 해외 시장에 종속될 수 있을뿐더러, 병충해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의 진짜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는 위기에 처한 농가의 수익원과 먹거리 구조의 변화에 대비할 수 없다.

    결국은 식탁에 오를 농산물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일상 함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제조업에서는 불량이 발생하면 제품을 다시 찍어내는 게 가능하지만, 농가에서는 한번 흉작이 들면 되돌릴 수 없다. 지난해 나빴던 작황으로 여전히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고민, 기후를 생각하는 생활 습관으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산물 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아삭하고 달콤한 사과 한 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먹거리와 이를 키워낸 농가의 소중함을 이렇게 배운다. 올해 가을은 좀 더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플라스틱 생수 대신 텀블러에 물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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