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지방의회 의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미리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만, 선거구 개편을 예상할 수 없다보니 섣불리 나섰다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춘천시의회 지방의원들에 따르면 각 정당의 경선이 다가오면서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시의원들에게 지지요청을 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시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지지층을 확산하려는 목적이다. 경선 방식이 대부분 당원과 일반 여론조사로 진행되다보니 가능한 많은 시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원 입장에선 경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어 어느 한 후보를 지원하기 난처한 상황이다. 자칫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경선에서 패할 경우 향후 지방의원 공천 등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춘천시의원은 “같은 당 후보 선거캠프에서 지지 요청을 받았지만, 어떤 답변도 하지 못했다”며 “갑자기 지지하던 후보의 선거구가 우리 지역이 아닌 곳으로 바뀌면 상당히 난처해진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지지하지 않던 후보가 경선에서 이길 경우 앞으로의 지방 의정 활동은 물론 다음 지방선거 공천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다음 선거에 나서기 위해선 정당 공천이 필수적인데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협·지역위원장이 지방의원 공천에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시의원은 “먼저 나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같은 당 다른 후보가 승리하면 누가 내 편이었는지 반드시 따지게 되는 게 생리”라며 “오죽하면 보복이 무서워 상대 당 후보의 승리를 바라야 한다는 말까지도 나온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의원 대부분은 지지 후보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경선 대진표가 완성되고 후보 윤곽이 잡혀야 움직이겠다는 판단이다. 의회에서 공식 발언을 하는 것조차도 특정 후보의 공약과 맞물릴까 봐 조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시민들 사이에선 총선 때문에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춘천시민 정모(33)씨는 “결국 시민들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이 한 번 더 당선되겠다고 후보들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총선 기간도 지방의원의 임기 도중인데 선거에 정신 팔려 후보 줄서기에 급급하다면 해야 할 일은 언제 하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총선 때 지방의원들의 지지를 하지 못하게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초선 시의원은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제도를 폐지하거나 총선 후보 선거운동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