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원대병원, 의사 부족 탓 앞서 근본 시스템 쇄신하라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설] 강원대병원, 의사 부족 탓 앞서 근본 시스템 쇄신하라

    • 입력 2024.01.24 00:04
    • 수정 2024.01.26 00:21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 관련 기사를 학습한 AI가 그린 그림, 그래픽=챗GPT
    본지 관련 기사를 학습한 AI가 그린 그림, 그래픽=챗GPT

     

    강원대병원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이 차갑다. 지난해 12월 중순 응급실을 홀로 찾은 70대 환자가 긴 시간 기다리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강원대병원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도민들은 냉랭하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지금껏 왜 손 놓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도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와닿지도 않는다. 국립대병원의 위상과 신뢰에 맞지 않는 사건인 탓에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다. 지역 의료의 중추이자 공공의료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의 다짐이 허허롭다.

    강원대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환자 사망은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사고 같지만,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에서 발생해서다. 지난해 12월 13일 저녁 8시 52분쯤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던 A씨가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증상 정도로 환자를 분류하는 절차에 따라 A씨를 경증으로 판단했다. 밤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쯤까지 세 차례에 걸쳐 A씨를 불렀다. 대답이 없자 병원을 벗어난 것으로 간주했다. A씨는 대기실에서 응급실을 찾은 지 7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간추린 사건의 전말이다.

    강원대병원은 사건 발생 9일 만에 사과했다. 응급실에 인턴 2명과 간호사 3명 증원, 폐쇄회로(CC)TV 설치와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외양간 부실로 소를 잃었으면 고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분명하게 짚어야 할 사실은 미리 조치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점이다. 책임을 다하지 않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도민들의 눈길이 매섭지 않을 수 없다. 전 강원대병원 간호사가 본지에 밝힌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의료진이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보면서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원대병원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선 “간호사와 인턴 몇 명 늘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병원장부터 시스템까지 뜯어고치지 않으면 병원의 미래가 없다”라는 등의 내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의료 인력이 태부족이다. 모셔오기도 쉽지 않다. 소아청소년과는 2018년부터 6년간 전공의 3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도민들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문제의 원인을 의료진 부족으로만 돌리는 행태는 무책임하다. 의료진 배치에 비효율적인 면이 있으면 바꿔야 한다. 쇄신은 관성을 깨야 가능하다. 나아가 촘촘하게 장기 비전을 세워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강원대병원의 위상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도록 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