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자치, 봉사 정신 먹칠한 춘천시 주민자치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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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주민자치, 봉사 정신 먹칠한 춘천시 주민자치위원들

    • 입력 2024.01.03 00:03
    • 수정 2024.01.08 00:09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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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지 견학하러 간 춘천시 주민자치위원들이 대부분 관광지에서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견학은 뒷전이고 핫플레이스와 맛집을 순례하는 관광이 주였다. 시는 여기에 2000만원을 지원했다. 선진지 견학이 명분이라지만, 시민의 세금이 허투루 쓴 것은 분명하다. 선진국 자치의회를 시찰한다며 외국을 나갔다 관광만 하고 돌아오는 지방의원들의 병폐가 주민자치위원으로까지 번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자치위원 50명은 제주도의 모범자치회를 방문해 문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주민자치회가 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지난해 10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를 찾았다. 제주곳자왈환상숲, 무지개해안도로, 산방산, 에코랜드테마파크 등을 두루 둘러보며 식사 때가 되면 옥돔구이, 회 정식, 흑돼지구이 등을 맛보았다. 현지 모범 주민자치회 방문은 3일간 두 차례, 시간도 각각 한 시간 남짓 불과했으며 그나마 담당자를 만나지도 못했다. 사전협의가 제대로 안 돼 직원이 출장 가는 날 방문했기 때문이다. 건물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 들고 견학을 했다는 인증샷만 찍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는 주민자치위원의 내부제보로 드러났다고 한다. 제주도 견학이 스스로도 명분이 있는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치위원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자치회가 경비 3000만원 중 3분의 1을 자부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주민자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우려면 춘천시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를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소도시는 중소도시로서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어 서로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제주도 선진지 견학 당시 주민센터에 방문한 춘천시주민자치협의회. (사진=춘천시)
    지난해 10월 30일 제주도 선진지 견학 당시 주민센터에 방문한 춘천시주민자치협의회. (사진=춘천시)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며 주민 생활과 연관된 행정사무를 협의하는 곳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 정신을 요구한다. 주민자치센터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공무원 정원을 축소하는 행정 개혁 과정에서 설치돼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자치위를 관장하는 행정복지센터는 위원 모집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많지 않아 자치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 가족 등이 대신 떠맡거나 한번 했던 사람이 또 맡게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순환이 안 되다 보니 자치위원들이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 주민자치위원장은 기초의원 등 선출직이 되는 데 유리해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주민자치위원장은 자치위원의 환심을 사려고 선진지 견학 행사 등을 마련하고, 평소 자치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보는 행복센터는 뒤탈만 없으면 행사 경비를 지원해준다. 이번 일도 이렇게 발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점점 고인 물이 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주민자치위를 보수할 때가 된 것이다. 춘천시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면밀히 살펴 자치위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혹여 자신들이 해야 할 궂은일을 과도하게 주민자치회에 떠넘겨 이번 사태를 조장하거나 방조한 것은 아닌지도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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