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노르웨이의 숲으로 떠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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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노르웨이의 숲으로 떠나는 시간

    • 입력 2023.12.15 00:00
    • 수정 2023.12.15 13:34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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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베르겐은 노르웨이 여행의 핵심, 송네 피오르로 가는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나는 베르겐에서 기차를 타고 보스로 출발하는 코스로 피오르 여행을 시작하였다. 베르겐에서 오슬로로 가는 코스는 기차와 버스, 페리와 산악열차를 번갈아 가면서 피오르를 다채롭게 여행하는 방법이다.

    해가 막 지려다가 뜬 새벽, 배낭을 메고 베르겐역으로 향했다. 역을 출발한 기차는 순식간에 노르웨이의 울창한 숲으로 파고든다. 노르웨이의 숲은 알프스를 품은 스위스 숲과는 다른 느낌으로 아름답다. 스위스 숲은 아기자기하고 작고 예쁜 요들송 같은 느낌이라면 노르웨이의 숲은 웅장하고 거친 헤비메탈 같은 느낌이다.

    빠른 속도로 달린 기차는 곧 보스역에 도착을 했고, 여기서 다시 구드방엔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는 아찔하게 좁은 도로를 천천히 굽이굽이 돌면서 거칠지만 아름다운 피오르 협곡을 보여준다. 버스가 왼쪽으로 커브를 돌 때는 오른쪽 창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탄성을 질러댔고, 반대로 오른쪽으로 돌 때는 왼쪽의 사람들에게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아찔한 도로를 지나서 구드방엔에 도착한 후에는 다시 플롬으로 가는 페리를 탔다. 피오르 그 자체에서 페리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페리에 오르자마자 갑판 맨 앞으로 가서 피오르 가운데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기분을 느꼈다. 평소 전공 책에서 보던 피오르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과 빙하도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페리의 맨 앞에서 아름다운 피오르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30분쯤 남기다 보니 점점 셔터 소리와 더불어 감탄사도 줄어들었다. 역시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익숙해지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것 같다.

     

    페리에 오르자마자 갑판 맨 앞으로 가서 피오르 가운데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기분을 느꼈다. 사진=강이석
    페리에 오르자마자 갑판 맨 앞으로 가서 피오르 가운데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기분을 느꼈다. 사진=강이석

    이제 시선은 아름답지만 익숙해진 피오르에서 페리를 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 향했다. 월미도 갈매기처럼 노르웨이 피오르 갈매기들도 배를 따라다니면서 사람들이 던지는 과자를 곡예하듯이 날라서 잡아챈다. 월미도 갈매기를 생각하다 보니 여기 송네 피오르가 마치 춘천의 소양호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갈매기에게 과자를 던져주면서 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과자를 던져주고 있는 일본인같이 생긴 여자가 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봤다. “한국분이시죠?” 그녀는 일본 특유의 감탄사와 놀람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Eh? Sorry, I'm Japanese”라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유럽인 반, 단체 중국인 반으로 가득 차 있던 피오르 페리 안에서 유일한 한국인과 일본인은 잠깐 서로 사진 찍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지루한 3시간의 항해는 플롬에서 마무리됐다. 플롬은 구드방엔으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자 산정에 있는 미르달역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산악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매표소로 가니 이미 페리에서 내린 사람, 이제 막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온 사람, 그리고 이제 막 페리에서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줄이 몇 겹이나 굽이쳐있다. 준비성의 민족 일본인답게 이미 열차를 예약한 그녀는 이제 기차가 출발한다면서, 자기 이름과 SNS 아이디를 나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3일 후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차에 올랐다. 그녀는 도쿄 출신 아유미. 그때 다시 만나자는 말은 그냥 형식적인 인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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