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믹솔로지(Mixology)’ 열풍에 ‘하이볼’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고급 술집에서만 맛볼 수 있던 위스키가 동네 흔한 삼겹살집, 치킨집 등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믹솔로지는 ‘Mix(믹스·섞다)’와 ‘Technology(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로 주류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을 뜻한다. 특히 위스키를 토닉워터와 탄산수 등에 희석한 하이볼은 MZ세대의 대세 주류로 떠올랐다.

하이볼의 인기가 급부상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꼽힌다. 이른바 ‘혼술족’ 등 집에서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 늘어났고 각종 레시피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고, 마니아층만 즐기던 위스키의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주류시장에서 하이볼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일반 상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주와 맥주병만 보이던 삼겹살집에도 하이볼 잔이 올려져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아예 식당에서 메뉴로 만들어 직접 제조해 판매할 정도다.

실제 석사동 냉동삼겹살집인 ‘호호식당’은 지난 3월부터 각종 하이볼을 판매하면서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 얼그레이하이볼, 잭애플하이볼 등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에 소다를 섞은 하이볼과 삼겹살의 조합이 인기를 얻으면서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이볼의 가격은 보통 6000~9000원 사이로 소주, 맥주보다 비싸다.  

호호식당 사장 최모(40)씨는 “믹솔로지가 유행하면서 하이볼을 판매하면 좋을 것 같다고 꾸준히 생각해왔다”며 “특히 젊은 층의 여성 손님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300여개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삼겹살 프랜차이즈인 ‘하남돼지집’은 수입 유통사인 신세계L&B와 협업해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자사 하이볼을 내놓기도 했다.

춘천세계주류마켓 관계자는 “고객들이 와인보다 위스키를 더 많이 찾는다. 일부 제품은 오픈런을 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주류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며 “믹솔로지 인기가 이어지면서 일반 고깃집 업주들이 찾아와 잘나가거나 유행하는 위스키를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하이볼 시장에 연일 신제품을 출시하며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앱 인기 검색어를 봐도 맥주 대신 위스키, 하이볼 제품들이 상위권에 속해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올해 1~9월 위스키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대비 100%를 기록했으며, CU와 이마트24도 각각 29%, 35%의 신장률을 보였다.

하이볼의 인기에 올해 위스키 수입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7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하이볼에 주로 들어가는 스카치·버번·라이 등 중저가 위스키류 올해 1~8월 수입량은 2만277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연말 대목을 앞둔 만큼 올해 연간 수입량은 2002년 기록한 최대치인 2만7379t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름이 지났지만, 하이볼 인기는 꾸준해위스키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편의점과 일반 음식점 등주변에서 하이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