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극단 봄내 ‘모텔판문점’ 대한민국에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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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극단 봄내 ‘모텔판문점’ 대한민국에 우뚝 서다

    • 입력 2023.10.25 00:00
    • 수정 2023.10.26 00:03
    • 기자명 이무철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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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철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춘천시민극단 ‘봄내’가 연극 ‘모텔판문점’으로 ‘제2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연출상, 우수연기상(3명)까지 휩쓸어 5관왕을 차지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춘천연극제 폐막행사인 10월 28일 토요일 ‘고맙데이’에서 모텔판문점 앵콜 공연을 선보인다. 봄내는 올해 6월에 창단해, 4개월 남짓 활동한 새내기 극단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2명의 단원들이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의기투합해 활동하고 있다.

    극단 ‘봄내’는 춘천연극제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추진해 온 ‘문화예술인 육성사업’의 성과다. 춘천연극제는 연극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일상 가까이에 생활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연출, 희곡 창작, 연기 등 전문 커리큘럼을 구성해 시민 아카데미를 운영해 왔다. 아카데미의 과정별 지원신청이 일주일 만에 마감될 정도로 현재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공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시민들이 오랫동안 문화적 갈증을 느껴서일지 모르겠다.

    문화예술은 일상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특히, 연극은 장르 특성상 인간관계와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루고 있어, 심리치료의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우리의 삶이 투영된 스토리를 극적으로 구성하여 무대에 옮겨 놓았기 때문에, 관객은 물론 연기자 역시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된다. 한국연극예술치료학회 논문에 따르면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연극의 치유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데, 주인공 연산군이 탈놀이, 인형극, 그림자극을 펼쳐 보이는 공길에게서 위로를 얻고, 자신이 극 무대로 들어가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연극치료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모텔판문점은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각자의 일과를 마친 저녁시간을 활용해 아카데미에 참여하며 일궈낸 열정의 땀방울이다. 춘천연극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원들이 연극을 통해 얻게 된 행복이 크다”고 전했다. 봄내 단원들이 바쁜 일상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었던 것 역시 함께 하나의 연극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최근 타 지자체에서도 시민극단이 속속 생겨나는 가운데, 시민 아카데미의 강의 커리큘럼과 운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춘천연극제 시민 아카데미가 모범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극단 봄내가 큰 관심을 받는 지금, 정책적 지원이 함께 뒷받침된다면 시민극단의 대표 성공모델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봄내는 신생극단으로 예술인단체 지원 자격요건을 갖추지는 못해 일정한 작품 수와 경력이 쌓일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시민 아카데미는 강원도와 춘천시로부터 일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나, 내년도 예산이 축소되면서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극단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알려져 있는 ‘광명시민극단’은 광명문화의 집 주부연극반 동아리에서 시작됐다. 2005년 극단 시선을 창단 후, 2009년 이후부터는 회비와 후원금으로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어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명 ‘극단 시선’은 2021년 춘천연극제의 ‘소소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극단 봄내가 극단 시선과 같이 오랫동안 시민극단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춘천연극제와 단원들의 노력이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시민 아카데미는 전문교육을 이수한 인재들이 시민극단으로, 또는 춘천연극제의 공연 참여자로, 그리고 전문 배우와 연출가,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시작점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 

    봄내는 아카데미 희곡창작반 출신의 수강생이 소양강댐 수몰 지역을 소재로 쓴 소설을 바탕으로 차기작 ‘고향가는 길’을 기획 준비 중이다. 소양강댐 수몰지역 실향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춘천의 역사를 소재로 한 지역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최근 모텔판문점 참여 배우들은 크고 작은 작품에 참여 제의를 받는 등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새로운 기회가 늘어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춘천연극제는 앞으로도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해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춘 극단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춘천 시민극단 봄내가 시민극단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자리 잡길 바라며, 언젠가 춘천 시민극단 봄내에서 연기를 시작했다는 스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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