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 낳은 원조 ‘붉은 악마’ 박종환(87)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7일 밤 별세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는 박종환 전 감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고인의 유족과 더불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신연호 대한축구협회 이사 겸 고려대 감독,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등 70여 명의 축구계 후배들이 박 전 감독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추모사는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대회에서 박 전 감독의 제자로서 4강 신화를 함께 쓴 신연호 고려대 감독이 맡았다. 신 감독은 “호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경기장을 누비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갑자기 떠나셔서 황망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애석해했다.
1938년생인 박 전 감독은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춘천으로 월남해 춘천 초·중·고를 졸업했다. 이후 1962년 강원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지도자가 된 후 1983년 제4회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당시 한국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이때 해외 언론에서 한국 대표팀을 소개하며 쓴 ‘붉은 복수의여신(Red Furies)’이란 명칭이 한국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의 기원이다.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총 3년 10개월에 걸쳐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K리그 일화 천마 감독 시절 리그 3연패를 달성하는 등 ‘명장’이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랐다. 박항서·신태용 감독과, 손흥민 선수의 부친인 손웅정 씨가 그의 제자이며 손흥민도 초등학교 시절 박 전 감독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에도 대구FC, 성남FC 등을 거쳐 여주시민축구단 총감독으로 활동(2018~2020)하는 등 지도자 경력을 이어가던 박 전 감독은 지난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지인의 집에 얹혀살면서 한달 6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라고 밝히는 등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춘천고 총동창회와 재경동창회가 발 벗고 나서 1600여만원을 모아 성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그는 “난 다시 태어나도 축구인”이라며 “공을 똑바로 차면 공이 똑바로 간다. 거짓말이 없어, 인생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축구에 빗댄 그의 신념을 표출했다.
이후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박 전 감독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호흡곤란, 패혈증이 겹쳐 건강이 악화했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