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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의 동의보감] ‘분노’는 간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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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분노’는 간 때문이야

    오장, 정신 상태와 밀접한 연관
    간은 순간적인 분노와 밀접해
    한약 올바른 복용량·기간 지켜야

    • 입력 2023.09.19 00:00
    • 수정 2023.09.19 10:35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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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자주 발생하여 충격과 불안을 감출 수 없습니다. 흔히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때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분노조절장애가 바로 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서양의학과는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을 정신 상태와 밀접한 연관을 지어서 봅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약한 사람은 근심, 걱정이 많고 비장이 약한 사람은 생각이 많으며 신장이나 담이 약한 사람은 겁이 많고 폐가 약한 사람은 우울하기가 쉽다고 보는 것입니다.

    흔히 겁이 많은 사람을 담이 약하다고 하지요. 반대로 겁이 없는 사람을 간이 크다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인 분노는 간과 연관이 많습니다. 특히 간에 열이 많은 사람은 성내기를 잘하며 욱하고 순간적인 성질을 참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간이 건강하면 인정 많고 자상한 편이지요. 간과 관련된 체질의 사람들은 결벽증처럼 깨끗하고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간이 나빠지거나 열이 차면 분노 조절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속된 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거나 “간이 부었다”라고 합니다. 이는 간에 열이 차서 미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에 열이 찼으므로 당연히 열을 빼주거나 식혀주는 치료를 하면 되는데 대표적인 한약 처방으로 ‘청간탕’이나 ‘세간산’이 있습니다. 청간(淸肝)이라는 말은 ‘간을 맑게 하고 식혀준다’는 말인데, 평소 성질이 잘나고 스트레스성 피로가 많은 분, 깊은 잠을 못 자는 분, 눈 피로가 심한 분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간이 나쁘니 한약을 드시라 하면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짓말도 자꾸 반복해서 들으면 어느 순간 진실처럼 인식될 수가 있습니다. 한의원에 자주 가지 않는 분들도 한약이 간에 나쁘다는 이야기를 한번은 들어보셨을 정도이니 잘못된 상식이 사실처럼 인식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에 열이 많으면 순간적인 성질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에 열이 많으면 순간적인 성질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결론적으로 한약을 드신다고 간이 나빠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한약을 복용하고 간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한약 때문이 아니고 약재 관리나 약탕기 관리의 문제입니다. 매일 먹는 밥도 간혹 쉰 밥을 먹거나 상한 음식을 먹으면 배탈, 설사, 두드러기 등 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약재 관리 소홀로 인해 오염이 되거나 곰팡이가 슨 경우 간에 부담을 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쉰밥을 먹고 탈이 났다고 해서 밥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약을 드실 때는 반드시 한의원에서 제대로 관리된 한약재와 정확한 처방을 통해 복용하시면 오히려 간이 좋아지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올바른 복용량과 복용 기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약재는 양약과 다르게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데 임의로 드시면 건강에 오히려 나쁠 수가 있습니다. 고급 횟감인 복어도 요리를 잘못하면 치명적일 수 있듯이 한약재도 제대로 사용해야 좋은 보약, 좋은 치료 약이 되는 것입니다. 적정 복용량과 복용 기간을 지켜야 하는 예로 수면제 복용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수면제의 개수를 마음대로 늘려 하루 100개를 먹었다고 칩시다. 아마 죽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수면제는 사람을 죽이는 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용량을 잘 지키면 문제가 없듯이 한약도 한의사의 처방과 정해진 용법을 잘 지키면 안전한 것입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약을 장기간 많이 드시면 당연히 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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