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잠이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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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잠이 보약

    우리 몸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요한 역할 '잠'
    심장 약하거나 울화가 많은 경우 불면증 원인
    내성 생기는 수면제 복용보단 근본적 치료해야

    • 입력 2023.08.22 00:00
    • 수정 2023.08.22 15:15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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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노인분들에게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잠을 잔다는 것은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몸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낮에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밤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에 밤에 배터리가 충전되지 않으면 낮에 사용할 수가 없듯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불편함을 넘어서 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특히나 노인분들은 오장육부가 약해지고 피와 호르몬이 고갈되어가는 상태이므로 충분한 잠을 통한 에너지의 충전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이므로 잠이 보약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인데요.

    그러면 불면증(수면장애)의 한방적 원인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오장육부의 부조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심장, 비장, 쓸개의 기능이 약해지면 불면증이 생기는데, 심장이 약한 분들은 가슴이 잘 두근거리거나 초조해지기 쉽고 얼굴이 쉽게 달아올라 거짓말을 잘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뭐든지 정직, 정확해야 하는 성격이며 돈을 빌리면 먼저 갚아야 하는 분들이 심장이 약한 체질입니다.

    비장이 약한 체질의 사람은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이 많고 잠을 자려 하면 기와집을 지었다 허물었다 하는 등 이 생각 저 생각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쓸개가 약한 체질은 잠을 자다가 쉽게 깨며 많이 잔 것 같은 데 30분밖에 안 지났더라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꿈이 많고 전화벨 소리에도 쉽게 놀라며 괜히 누가 잡으러 올 것처럼 불안해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치료는 체질에 따라 원인을 찾아 처방하게 되는데 심장이 약한 분들은 천왕보심단, 비장이 약한 분은 귀비탕, 쓸개가 약한 분들은 온담탕 같은 한약을 처방하게 됩니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내 몸속 근본적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불면증이 있는 경우 내 몸속 근본적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두 번째, 진액이 마르고 뇌수가 부족해도 불면증이 발생합니다. 진액이 부족하면 불면증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형틀이 무너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허리나 등이 굽어지면서 아프고 허리 협착증이나 무릎에 관절염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생기며 머리가 나이에 비해 빨리 빠지거나 빨리 희어지는 현상도 발생합니다. 얼굴에 주름도 나이에 맞지 않게 늘어나고 깊어지게 되겠지요. 이러한 경우는 부족해진 진액을 채우고 보충하는 치료를 하면 불면증뿐만 아니고 관절염도 좋아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처방으로 육미지황탕이나 고진음자 같은 약이 있습니다.

    셋째로 원기가 부족해도 불면증이 생깁니다. 원기가 부족하면 늘 몸에 기운이 없어 피로하며 드러눕기를 잘하게 됩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에 땀이 나고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잘 찌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는 육군자탕을 처방하게 되는데 불면증뿐만 아니라 다한증과 몸의 기운을 돋워주는데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가슴에 울화가 많은 경우입니다. 평소 억울함이나 속상함이 많이 쌓여 울화가 있는 사람은 가슴 답답함,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동반하며 눈썹 사이에 세로 주름이 지며 잘 우는 특징이 있습니다. 화병이 있는 사람은 눈물이 많고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한데 물로 불(화)을 끄려고 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불면증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인에 맞게 처방하여 치료를 해야 합니다. 만약 임시방편으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사용하면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밖에 없으며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근본적인 치료를 할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또한 오장육부의 기능이 떨어지고 진액과 원기부족 현상이 더 가속화되어 불면증뿐만 아니고 면역력 감소, 체력 저하, 기억력 감퇴, 관절염, 허리협착증 등 다른 질병도 발생하므로 반드시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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