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원경제진흥원의 도덕적 해이, 감독청은 무얼 하고 있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설]강원경제진흥원의 도덕적 해이, 감독청은 무얼 하고 있나

    • 입력 2023.09.04 09:00
    • 수정 2023.09.05 10:16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은 4개월간 3회에 걸쳐 유흥‧기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27만원을 결제했다. (그래픽=MS투데이 DB)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은 4개월간 3회에 걸쳐 유흥‧기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27만원을 결제했다. (그래픽=MS투데이 DB)

    공공기관은 속성상 도덕적 해이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겉으로는 공익을 내세우지만 감시망이 느슨해지면 개인의 사익이나 기관의 집단 이익을 챙기려 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관 운영에 관한 정보와 지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때, 도덕적 해이는 심해진다.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경제진흥원의 예를 보자. 경제진흥원은 올해 도 감사위원회가 실시한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공직 감찰’에서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는 비위 사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진흥원의 고위 간부는 기관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외부 강의를 월 3회 이상 나갔고, 일부 임직원은 법인카드를 휴일이나 심야 시간, 또는 유흥주점에서 사용하거나, 카드 이용대금을 제때 입금하지 못해 3개월 이상 밀리기까지 했다. 성과급 보수규정에는 C등급까지 인원을 배분하도록 되어있지만 모든 직원을 S 아니면 A 등급으로 매겨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기강이 바로 선 조직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행해져 온 것이다.

    진흥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쓴다며 지난 한 해에만 도비(461억원)와 국비(120억원)를 합쳐 총 709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에 비해 사업 성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진흥원이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자료에 보면 제로페이 이용 활성화 홍보에 4억원을 썼지만 두 번의 행사를 통해 올린 매출이 고작 15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진흥원은 같은 성격의 다른 지역 기관과 비교해도 덩치는 크고 운영은 방만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강원과 재정 규모가 비슷한 충북기업진흥원(406억원), 전북경제통상진흥원(417억원)은 물론 경북경제진흥원(687억원)보다도 많은 예산을 사용하지만,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낱낱이 밝히는 정보공개에는 소극적이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하나만 비교해도 경북진흥원은 지난 5~7월 월 평균 176만원을 썼으나, 같은 기간 강원진흥원은 414만원을 지출해 2.3배 많았다. 업무추진은 보잘 것 없으면서 업무추진비는 펑펑 썼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더 심각한 것은 정보의 불투명성이다. 경북경제진흥원은 임직원 보수와 감사보고서, 예산운영계획 및 결산보고서, 이사회 회의록까지 경영전반에 관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한다. 심지어 경북도 종합감사에서 업무추진비 집행 부적정 등이 지적되어 시정조치 받았다는 내용까지 경영공시에 올린다. 하지만 강원진흥원 홈페이지에 가면 눈을 씻고 보아도 그 같은 경영공시 자료는 찾을 수 없다. 국민 알 권리는 무시하고, 도덕적 해이는 만연한 산하기관에 대해 감독청인 강원도는 무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