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탔다가 1종 보통운전면허와 대형면허 모두 정지당한 버스 운전기사가 경찰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동차보다 사고 위험이 낮고 운전자가 면허취소로 생계유지에 타격이 크다며 면허 취소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방법원 행정1부(김선희 부장판사)는 버스 기사 A씨가 강원특별자치도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14일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약 1.4㎞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7%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같은 달 27일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A씨가 보유한 제1종 보통·제1종 대형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2021년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또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자동차 음주운전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만약 음주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면허 정지, 취소, 징역형의 처벌도 받을 수 있다.
면허 취소에 불복한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냈다. 행심위는 A씨의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110일 정지 처분’으로 낮췄다. 하지만 A씨는 취소 처분으로 재직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형차량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이 다른데,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을 제재하는데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 위반”이라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운전면허 정지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버스 운전기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 이상 운행할 경우 작동하지 않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으로 자전거와 유사해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비해 사고 시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며 “개인형 이동장치를 자동차 음주운전과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2010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음주운전으로 단속·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버스 운전기사로서 운전면허가 생계유지의 중요한 수단인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