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신청만 하면 OK”⋯‘자동문’ 된 춘천시 해외출장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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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① “신청만 하면 OK”⋯‘자동문’ 된 춘천시 해외출장심사

    ‘대충대충’ 공무원 해외출장심사
    계획서에 관광 일정도 그대로 통과
    출장심사위, 대면 원칙인데 3년간 100% 서면심사

    • 입력 2023.06.22 00:03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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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이 다시 시작됐다. 춘천시만 해도 벌써 14번이나 해외로 나갔다. 벤치마킹이나 선진지 견학, 국제화 감각 제고 등 그럴듯한 명분을 댔지만, 아니나 다를까 실상은 관광에 가깝다.

    매번 지적을 받아도 끊이지 않는 ‘외유성 출장’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뭘까. MS투데이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3년간 춘천시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의 심사기록을 살펴봤다. 출장계획서부터, 심사 과정, 귀국보고서까지 샅샅이 뒤져 원인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춘천시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가 지난 3년간 대면 회의 한 차례 없이 공무국외출장 계획을 100%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는 공무원이 출장을 가기 전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구로 월 1회 대면회의가 원칙이지만, 모든 심사는 서면으로만 진행하고, 출장 심의 결과도 매번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본지가 시 공무원이 3년간 다녀온 50건의 출장 기록을 분석한 결과 출장심사 기능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출장계획서와 심사기록, 귀국보고서까지 모든 서류를 뜯어본 결과다.

    그동안 정부는 공무원 국외출장의 외유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출장 관리 제도를 강화했다. 최소경비, 최소인원, 최단기간, 최소국가만을 방문하도록 했고, 국내에서 자료나 정보를 구할 수 있으면 원칙적으로 국외 출장을 금지했다.

    무엇보다 출장 허가를 받는 과정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여행의 필요성이나 여행자 적합성, 여행국의 타당성, 여행경비 등 총 18개 항목으로 구성된 심사기준을 제시했다. 출장 준비 단계부터 ‘놀러가는’ 걸 막자는 취지다. 춘천시도 이에 맞춰 자체 공무국외 출장 규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하지만, 출장계획서에 목적 한 두줄에 일정만 적거나, 기본적으로 첨부해야 할 사전 체크리스트를 넣지 않은 계획서마저 그대로 통과됐다. 사실상 이미 일정을 다 정해놓고 출국 10여일 전 요식 행위처럼 심사만 받는 식이었다. 사전심사는 심사가 아니라 행정 절차에 불과했다. 가도 되나를 물어보는 심사보단 ‘가겠다’는 결재를 받는 과정일 뿐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뒤 제출하는 귀국보고서는 문제가 더 컸다. 19년 전 정부 산하 연구의 보고서를 그대로 옮기고, 오탈자마저 베낀 사실도 발견됐다. 같이 다녀온 다른 지자체 출장자의 보고서 표지만 바꿔 자신이 만든 것인 양 제출한 사례도 많았다.

    정부가 아무리 규정을 강화해도 감독기구인 심사위원회 스스로 무력해지면서 결국 반복되는 외유성 출장을 끊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민섭 춘천시의원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공무원끼리 심사하고, 100% 서면으로만 하느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2편에서 계속)

    [김성권·이현지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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