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나이 몰라도 통해요” 청년커뮤니티 ‘춘뿌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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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나이 몰라도 통해요” 청년커뮤니티 ‘춘뿌리’를 아시나요?

    춘천에 뿌리내리고 싶은 청년들의 모임
    이름 대신 예명, 평어 사용해 동등하게
    지속성 가지려면 내부 힘으로 운영해야
    관계 중심 커뮤니티가 지역 정착에 기여할 것

    • 입력 2023.06.25 00:01
    • 수정 2023.09.07 11:32
    • 기자명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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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0일 춘천 헌수공원에서 추억의 놀이 한 판이 열렸다. 술래잡기에 참가한 이들의 나이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이들은 서로를 ‘길뿌리’, ‘윤뿌리’ 등 무슨 무슨 뿌리로 부르며 평어(平語)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올해 시작된 춘천청년커뮤니티 ‘춘뿌리’의 봄소풍 모습이다.

    춘뿌리는 춘천에 살고있는 19세~39세 청년들이 일상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임이다. 3년 전 춘천에 온 김진영(31)씨가 올 1월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며 출발했다. 김씨는 “춘뿌리는 춘천에서 잘 살아가고 싶은 청년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춘뿌리가 청년들의 지역정착에 기여할 것이라 말하는 김씨를 만나 청년커뮤니티 춘뿌리에 대해 들어봤다. 

     

    춘천에 뿌리내리고 싶은 청년들의 모임 '춘뿌리' 김진영 대표 (사진=춘뿌리 제공)
    춘천에 뿌리내리고 싶은 청년들의 모임 '춘뿌리' 김진영 대표 (사진=춘뿌리 제공)

    Q. 춘뿌리를 소개해주세요.

    춘뿌리는 춘천에 뿌리내리고 싶은 청년들의 커뮤니티입니다. 춘천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춘천을 잘 모르고, 춘천을 더 알고 싶고, 또 춘천을 알리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만든 모임입니다. 맛집부터 놀거리, 즐길거리는 물론 일자리까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관계 맺기에 목적을 두고 있어요. 현재 회원은 220명 정도고요. 1984년~2004년생까지 춘천에 살고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네이버 카페를 통해 가입할 수 있어요. 간혹 자신은 결혼을 했는데 가입할 수 있냐고 물어오는데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결혼을 했든 안했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Q. 회원끼리 서로 ‘~뿌리’라고 부르신다던데 춘뿌리 특징인가요.

    이름, 나이, 하는 일을 밝히지 않고 기본적으로 평어를 사용해 이름 대신 길뿌리, 윤뿌리, 여유뿌리 등등 뿌리가 붙은 예명으로 불러요.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게 평어를 반말이라고 생각하시는데 평어는 높임말도 반말도 아닌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수평적인 언어예요. 보통 모임을 가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이 바로 구별이 되더라고요.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구분이 생기는 거죠. 하지만 평어를 사용하니 구분이 잘 안되더라고요. 모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공동체 안에서 개인으로서 존중받고 인정받는 문화인데 그 시작이 평어 사용과 예명인 거죠. 

    Q.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하되 격월로 짝수 달에 오프라인 모임도 갖고 있어요. 비정기적인 번개는 수시로 열리고요. 2월 28일에 첫 정기모임을 시작으로 4월에는 춘뿌리 봄소풍을 헌수공원에서 열었습니다. 오는 6월 24일에는 춘천별빛캠핑장에서 힐링캠프라는 이름으로 1박2일 캠프를 진행했어요. 앞으로 체육대회, 어워드 등을 계획하고 있고요. 모임의 방향은 탐색 중이지만 우리 활동은 이거다라고 규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Q. 춘뿌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타 지역에서 온 사람은 연결고리가 없어요.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모임에 나가도 그들끼리 모임이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춘천으로 이주한 분들을 연결하면 좋겠단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건 지금 회원의 반 정도는 춘천에서 살던 분들이라는 거예요. 춘뿌리는 느슨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울타리를 쳐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보통 행사가 끝나면 그걸로 끝인데 저희는 모임 후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카페를 활용해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끔 중간다리 역할을 합니다.

     

    지난 4월 22일 공지천에서 열린 춘뿌리 봄소풍 모습 (사진=춘뿌리 제공)
    지난 4월 30일 헌수공원에서 열린 춘뿌리 봄소풍 모습 (사진=춘뿌리 제공)

     

    Q. 지난해 춘천시 청년청에서도 활동하셨다고요.

    명예 청년 청장으로 활동했어요. 토론과 포럼 참여 등 주로 정책과 관련해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청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활동이 중단됐어요. 사무국 직원들도 다 정리된 상황이고요. 위원장 면담도 하고 항의했지만 결국 결정은 바뀌지 않았죠. 위원장은 예산을 삭감하더라도 하던 사업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춘천시 청년 정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춘천시 정책을 보면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목표 아래 외부 유입 청년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입장려금은 늘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청년보다는 지금 춘천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고 봐요. 춘뿌리는 청년 유입이 아니라 잘 정착하도록 돕는 데 방점이 있어요.  

    Q. 춘뿌리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오프라인 모임비는 각자 부담이고요. 부족한 운영비는 사비로 충당하기도 합니다. 지난 3월에 행안부 사업인 청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서 운영비 800만원을 확보했는데 올해는 더 이상의 지원은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외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면 지원이 끊김과 동시에 사업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생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앞으로는 문화기획을 통해서 기관이나 기업과 콜라보 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춘뿌리 네트워킹 모임에서 회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춘뿌리 제공)
    춘뿌리 네트워킹 모임에서 회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춘뿌리 제공)

     

    Q. 본업이 따로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춘천에는 언제, 왜 오셨나요.  

    흔히 N잡러라고 하죠 하는 일이 좀 많아요. 유아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사고력 수업을 하는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요. 국민통합위원회 청년마당에서 청년위원, 춘천 바이오 시민 서포터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춘천에는 3년 전 지인이 학원을 개원하면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해서 오게 됐어요. 그땐 여기에 뿌리내릴 생각이 전혀 없었고 두 달만 살아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그 두 달이 너무 좋았던 거죠. 그해가 춘천이 예비 문화도시로 사업을 시작하던 해였는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많았어요. 마임 축제에서 깨비짱으로 자원봉사도 하고, 동네 지식인 사업을 통해 독립출판과 북 콘서트 기획도 했습니다. 그게 춘뿌리까지 이어진 거예요.  

    Q. 춘뿌리 계획을 알려주세요.

    커뮤니티를 지속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재미인 것 같아요. 참여하는 사람도 운영하는 사람도 재밌어야 하죠. 근데 그 재미란 게 내가 재밌다고 모두가 재밌는 건 아니라서 저희는 각자의 재미 요소를 이 안에서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이런 기획을 통해서 모임이 커지면 앞으로 춘뿌리가 청년들이 정착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커뮤니티가 일자리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겠지만 관계에 대한 결핍은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지역에 정착하는 유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잘 형성하고 나면 나중에는 청년 정책을 제안하는 포럼이나 세미나도 열고 싶습니다.

    [박지연 기자 yeon7201@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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