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즐겁게 추억하길” 행복 길잡이 된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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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즐겁게 추억하길” 행복 길잡이 된 교수님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인기 끈 옥지호 강원대 교수
    교수 찾기 과제 주거나 수업 도중 직접 연극 하기도
    “강의하는 교수가 즐겨야지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어”
    “고민 많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위로가 돼 주고 싶다”

    • 입력 2023.06.12 00:02
    • 수정 2023.09.07 11:33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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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수업은 <교수를 찾아라>로 진행됩니다.”

    춘천시 대학연합축제 기간이었던 지난달 31일,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신입생들은 강의실에서 논문 자료를 찾는 대신 운동장에서 교수를 찾으러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과제를 낸 교수가 자신을 찾아야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축제기간 중 강의실이 아닌 행사장에서 출석을 진행하는 특별 과제였다.

    이뿐만 아니다. 수업 도중 교수 자신이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강의 교재 속 등장인물로 분장해 직접 배우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론 진지한 고민 상담도 해준다. 강원대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교수의 이름을 딴 게시판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옥지호(40)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의 얘기다.

    올해로 강원대에 부임한 지 3년째를 맞은 옥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을 즐거운 곳으로 추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제자들에게 다가간다. 교수가 먼저 다가가야 학생들도 다가오고, 학습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교단에 서는 순간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그는 “평생 젊은 청춘들을 만나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교수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옥지호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는 자신만의 독특한 강의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옥지호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는 자신만의 독특한 강의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운동장에서 교수님을 찾는 과제를 내셨다고요.

    정식 수업은 아니었고 신입생들이 학교와 학과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체험 방식을 진행하는 수업이었어요. 다음 주제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그 당시 진행됐던 춘천시 대학연합축제에 대한 소식을 들었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강원대 대운동장과 함인섭 광장 일대 등 축제 현장에 학생들을 부르기로 했어요. 과제 이름은 ‘옥지호를 찾아라’였습니다.

    꽤 넓은 공간인데 그곳 어딘가에 제가 있을 테니 축제 현장에 와서 절 찾으면 출석을 인정해 주겠다고 했어요. 신기하게도 학생 대부분이 쉽게 저를 찾아내더라고요.

    Q.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강의실에 앉아 지구 반대편 사람의 SNS엔 접속할 수 있지만, 정작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 거는 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즐거움을 찾고,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나 동기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벤트성으로 잠깐 진행하게 됐습니다.
     

    옥지호 교수가 자신을 찾으라며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 (사진=강원대학교 제공)
    옥지호 교수가 자신을 찾으라며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 (사진=강원대학교 제공)

    Q. 자주 독특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시나요?

    강의하는 교수가 먼저 즐겨야 학생들에게도 더 의미 있는 수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봐도 재미없는 내용이면 학생들은 더 지루하겠죠.

    ‘노사관계’라는 수업을 진행한 적 있어요. 노동조합과 회사 양측의 입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더러 있어요. 용어도 복잡하고 지루하죠. 심지어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수업을 할 때라 학생들의 주의를 끌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노동조합 측 입장을 설명할 때는 실제 노조원처럼 옷을 입고, 회사 측 입장을 설명할 때는 정장 차림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 반응도 좋았고 실제로 양쪽 입장을 더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Q. 강원대 학생 커뮤니티에 교수님 이름을 딴 게시판이 있다고 하던데요.

    2년 전쯤 한 학생이 ‘옥지호 교수님’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었더라고요. 그 커뮤니티가 학생들이 게시판이라는 카테고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곳이거든요. 처음엔 금방 시들해질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그곳을 상담 게시판처럼 이용하더라고요. 그래서 질문이나 고민이 올라오면 수시로 제가 답변을 달아주면서 상담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더 가까운 소통이 가능해졌죠.
     

    '노사관계' 수업 도중 옥지호 교수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노사 양측을 번갈아 연기하는 모습. (사진=옥지호 교수 제공)
    '노사관계' 수업 도중 옥지호 교수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노사 양측을 번갈아 연기하는 모습. (사진=옥지호 교수 제공)

    Q. 학생들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일일이 답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즐겨보는 한 웹툰에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고르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누군가는 별다른 노력 없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고 누군가는 평범한 삶을 위해 말도 안 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거죠.

    저는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간단한 삶의 조언이나 인생의 힌트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이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러다 잘못된 이정표 하나에 아예 길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삶의 위로를 주고 싶어 학생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이나 자기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었던 한 친구가 제 수업이나 글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고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 적 있어요.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꼈고 ‘교수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옥지호 교수 연구실에 놓인 롤링 페이퍼. 옥 교수의 제자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작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학교 커뮤니티에 제가 미국 영화배우와 닮았다는 글을 올렸던 학생도 기억나네요. 제가 장난으로 “사탕 받으러 오고 올 때 장학금 추천서 사인 필요하면 가져오세요”라고 얘기했었거든요. 그 글을 캡처한 화면이 한동안 인터넷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연락이 뜸해진 지인들에게서 재밌게 봤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Q.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시는 이유가 뭘까요?

    고민 없이 살아가는 대학생이 없고, 불투명한 미래 속에 힘들어하지 않는 청춘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 보니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에 대한 감사를,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소망을 가질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20대 때 듣고 싶었던 말을 학생들에게 해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우리가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고르고 태어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할 순 있습니다. 한 번뿐인 청춘이 열정과 기대로 가득할 수 있기를, 그들의 삶을 응원하며 축복합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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