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강원이 5월 들어 국내·외 항공운항을 전면 중단한데 이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양양국제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강원도 유일한 항공사가 돌연 생사의 운명을 법원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힘에 따라 도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019년 11월 출범한 플라이강원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애초 기대와는 달리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출범 3년만에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데 이어 부채만 400억원이 넘는 부실기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창구 문을 닫고 법원으로 달려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플라이강원은 그동안 기회만 있으면 법원이 아니라 지자체를 찾아 지원을 요구해왔다. 강원도 지역경제의 거점 역할을 한다는 명분이다. 지금까지 강원도에서 145억원, 양양군에서 20억원을 받았다. 양양군 지원금은 기업회생 신청 이틀 전 들어왔고, 도에서는 22억원을 올해 더 주기로 예산 배정을 해놓았다. 플라이강원의 영업활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속돼 올 10월말까지 고객 3만8000명의 예약을 받아놓았다. 이 와중에 셧 다운을 선언하니, 강원도는 도대로, 양양군은 군대로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예 “플라이강원, 먹튀 말라”며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당일 아침까지도 예약금을 받아 챙긴 것은 무책임을 넘어 악질적인 사기행위”라고 비난했다. 주무부처 장관의 언사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플라이강원이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데에는 회사 대주주가 나름의 살 방도를 그 길에서 찾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회생은 과거 법정관리라 불리던 개념이다. 파탄 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와 청산할 때의 가치 중 어느 것이 큰지 따져 존폐를 결정한다. 계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법원 관리 아래 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대개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탕감 받는 방식으로 채권채무 관계가 조정돼 회생의 발판이 마련된다. 그러니까 아까운 기업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하지만, 일부 악덕 기업주들이 먹튀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는 게 법정관리 제도다.
강원도는 이번 일과 관련해 “지역경제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플라이강원의 회생을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라이강원이 도산하면 지역 경제에 좋을 게 없으니, 미우나 고우나 살리는 쪽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플라이강원이 강원도를 볼모로 삼아 얕은 승부수를 던진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