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청 홈페이지에는 착한가격업소의 목록이 게재돼 있다. 올해 5월 기준 37곳이 시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 중이다. 그런데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에 올라온 자료는 70개 업소다. 본지 확인 결과 행안부 자료는 최근 춘천시가 신규 추가한 내용을 모두 최신화한 상태였고, 시 홈페이지는 1년 전 자료를 그대로 둔 것이었다.
행안부 자료는 지난 4월 21일 수정됐다. 한 매체가 ‘정보 현행화 부실로 소비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보도한 뒤였다. 행안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각 지자체 담당자에게 일제히 정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춘천시 담당자는 행안부에 게재된 자료만 수정하곤, 정작 시민들에게 알리는 홈페이지 정보는 바꾸지 않았다.
문제는 춘천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정보도 엉터리였다. 죽림동에 있는 A 식당은 착한가격 메뉴가 4000원으로 적혀있는데 현재는 6000원에 팔고 있다. 점심에만 한식뷔페를 파는 B 식당의 경우 시가 알려주는 정보는 5000원이지만, 지금은 6000원이다. 이렇게 업소가 인상한 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정보는 전체 37곳 중 10곳이었다.
시는 본지가 취재를 시작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홈페이지 자료를 고쳤다. 행안부 정보가 수정된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시점이었다. 시 경제정책과 담당 주무관은 “행안부 자료는 제가 직접 최신화한 것이다. 시 홈페이지는 관리부서가 따로 있어 요청했는데 확인해 보니 누락돼 있어 재차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착한가격업소 승인 반납했는데 표찰은 그대로
가격 정보만 문제가 아니었다. 착한가격 업소였다가 취소된 업체의 인증 표찰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도 여러 곳이었다. 요선동과 효자동, 근화동, 석사동에 있는 식당 4곳 모두 이미 몇 년 전 취소됐거나 인증을 자진 반납했는데도 업소 앞에 표찰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효자동의 한 닭갈비 업소는 취소됐는데도 표찰을 그대로 두고는 가격을 올릴 때마다 인상된 정보를 스티커로 덕지덕지 붙였다. 현재 가격은 1만1000원, 이전 가격은 9500원이었다. 석사동에서 취소된 다른 한식당은 가격을 아예 청테이프로 가려놨다. 표찰도 그대로 있길래 문의해보니 “우리는 옛날부터 착한가격업소에요”라며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
시는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담당 주무관은 “한 군데 수거 못 한 것은 다음주에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우리가 파악한 곳만 몇 곳이 더 있다고 말하자 “처음 들어요.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정비를 한 번 해봐야겠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5년 전에 인증을 반납한 업체도 여전히 표찰이 붙어 있었다. 2018년 인증을 반납했다는 식당 주인은 “별로 혜택도 없고, 물가도 비싼데 가격만 싸게 팔아서 자진해 취소했다. 표찰도 떼어가랬는데 몇 년째 안 가져가더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반나절 돌아보면서 파악한 이런 업소는 5곳.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업소는 고작 500원 올렸다는 이유로 강제로 취소당하고 표찰도 떼어갔다고 한다. 어떤 곳은 떼어가고, 어떤 곳은 떼어가라 해도 안 떼어간 것이다. 업소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 행정 집행도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 되는 좋은 제도인데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하지 않으면 세금은 세금대로 쓰면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고깃집인데 후식 6000원⋯‘착한 척’ 가격
현금결제 시에만 착한가격 적용
일부 업소는 주메뉴가 아닌 품목의 가격을 착한가격으로 신청해 인증을 받기도 했다. 삼겹살을 파는 한 업소는 후식 메뉴인 6000원짜리 면류를 착한가격 품목으로 팔았다. 춘천시가 정한 착한가격메뉴 기준을 보면 ‘업소 이용객이 자주 찾는 주요 메뉴’이어야 한다. 고깃집은 육류, 해산물이면 해산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는 ‘주요 메뉴’로 정해야 하는 기준이 지난해 12월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업소는 현재 착한가격 메뉴를 삼겹살로 바꾼 상태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주메뉴가 아닌 ‘착한가격용’ 품목을 승인했다는 건 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산물 요리를 주로 파는 한 식당은 점심식사에 한해 한식뷔페를 6000원에 팔면서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실제 음식은 김치를 포함한 밑반찬 서너 가지에 요일별 메인 반찬이 전부였다. 오히려 인근에서 비슷한 메뉴를 파는 식당 가격이 5000원으로 더 저렴했다. 6000원짜리 식당은 착한가격업소였지만, 5000원짜리 메뉴를 파는 업소는 제도 지원을 못 받고 있던 셈이다.
심지어 현금결제를 해야만 착한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업소도 있었다. 취재진이 들른 식당에서 6000원짜리 한식뷔페를 먹은 뒤 결제하려 하자 식당 주인은 당연하단 듯이 계산기 옆에 적힌 계좌번호로 입금하라고 했다. “카드로 하면 얼마냐”고 묻자 부가세 10% 이상인 7000원을 내라고 했다.
4000원짜리 자장면을 착한가격 메뉴로 정한 중식당은 ‘매장에서 현금으로 결제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써 붙였고, 카드로 결제하려면 평균 시세인 6000원을 받았다. 시는 가입 기준인 가격만 만족하면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계좌이체나 현금을 강요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이처럼 꼼수로 지정된 곳의 다른 메뉴 가격은 시가 착한가격 기준을 잡는 강원물가정보망의 평균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곳도 있었다. 사실상 시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물품을 받기 위한 착한가격용 메뉴를 정해놓고, 제도를 악용하는 셈이다.
이은희 교수는 “이렇게 꼼수를 쓰게 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소비자들은 냉소적으로 대하기 마련이다. 저런 걸 세금까지 쓰면서 하냐, 착한가격업소라고 해서 고기 먹으러 왔더니 고기는 전혀 싸지도 않네,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편에서 계속)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그래서 싸게받는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