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행정복합타운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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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들썩한 행정복합타운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

    ■[집중진단] ②강원도 신청사·행정복합타운 조성 문제없나

    • 입력 2023.03.02 00:03
    • 수정 2023.03.13 16:18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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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춘천 동내면 고은리 마을 중심에 있는 전봇대에 부동산 홍보 현수막이 부착돼있다. 인근 도로 내 전봇대 16개에만 ‘건물·땅 매입 스티커’ 62개가 붙어있었다. (사진=진광찬 기자)
    지난달 23일 춘천 동내면 고은리 마을 중심에 있는 전봇대에 부동산 홍보 현수막이 부착돼있다. 인근 도로 내 전봇대 16개에만 ‘건물·땅 매입 스티커’ 62개가 붙어있었다. (사진=진광찬 기자)

    ▶직접 걸어본 고은리 마을 길, 부동산 홍보물 천국

    강원도는 행정복합타운 건립 예정지와 인근 일부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 차단에 나섰다. 그런데도 신뢰도가 높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들썩거리는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신청사 건립 예정지 일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MS투데이는 지난달 23일 옛 고은리 버스정류장 인근으로 마을 중심을 관통하는 포장도로인 너부래길 80번지부터 111번지까지 직접 걸으며 확인에 나섰다.

    가끔 한두 명의 마을주민만 통행하는 이면도로지만 전봇대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전화번호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300m가량 이어진 도로 내 전봇대 16개에는 ‘건물·땅 매입 스티커’ 62개가 붙어 개발 지역으로 낙점된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전봇대 1개당 평균 4~5개 정도 홍보 스티커가 붙어있는 셈이다. 대부분은 춘천지역 전화번호가 적혀있지만, 휴대전화 번호만 표시된 홍보물도 여럿 있어 외지 부동산업자의 진출과 관심을 짐작게 했다. 내용도 ‘땅 파실 분’, ‘매물 구함’ 등 매입 관련 문구가 대부분이었다. 부동산을 판매한다는 ‘매매’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행정복합타운 건립 예정지와 인접한 지역인 신촌리 주민 이모씨는 “행정복합타운 건립 예정지 주변 주민들이야 집값이 오를 테니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보상을 받고 나가야 하는 주민들은 대게 노인들이라 반대하는 여론도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업체에서 나오거나 곳곳에 걸린 부동산 현수막을 보고 연락하는 외지인들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강문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춘천시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일대 연접 지역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토지 가격 상승을 고려해 연접 지역에 내놨던 광고를 내려달라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단계에 해당하는 행정복합타운은 정확한 예산 조달 방식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토지보상 문제·예산 등으로 준공 목표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춘천 강원부동산 최웅 소장도 “행정복합타운 인근 토지는 개발 호재로 호가 상승은 당연하다”며 “현재 주변 지역 부동산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부동산 투기·난개발 걱정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김한수 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미 전부 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투기와 난개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계별로 100만㎡를 분양·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위치가 너무 좋아 분양에 실패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춘천 동내면 고은리 일대에 신청사를 포함한 100만㎡ 행정복합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총사업비가 1조원을 넘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행정복합타운 건립 예정부지 모습. (사진=이정욱 기자)
    강원도가 춘천 동내면 고은리 일대에 신청사를 포함한 100만㎡ 행정복합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총사업비가 1조원을 넘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행정복합타운 건립 예정부지 모습. (사진=이정욱 기자)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

    도가 춘천 동내면 고은리 일대에 신청사를 품은 대규모 행정복합타운이란 '장밋빛' 조성 계획 발표했지만, 1조원을 넘나드는 건립비·토지보상 등으로 경제적 난항이 예고된 상황이다.

    최근 도는 신청사 세부 위치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도시계획과 국도 대체 우회도로 건설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청사 건립지를 기존 동내면 고은리 443번지에서 373번지 일원으로 변경했다. 행정복합타운은 신청사를 포함해 100만㎡ 규모로 조성한다.

    그러나 기존 신청사 개발 규모 10배에 달하는 행정복합타운을 둘러싼 각종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총사업비용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해 도 재정 형편상 이를 충당할 수 있는지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신청사는 도가 직접 개발한다. 10만㎡ 규모인 신청사 토지매입비·진입도로 건설비는 76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청사 건립 예상액은 3089억원이다. 이는 타당성 분석을 위한 비용추계이자 최소 비용인 만큼 최근 원자재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총사업비가 4000억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청사를 제외한 나머지 100만㎡ 규모 행정복합타운은 강원도개발공사와 춘천도시개발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인근 학곡·다원지구처럼 개발하는 방식이다. 토지매입비로만 산술적으로 6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민간자본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의 경우 투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림을 그리고 펼치는 것은 많은데 무슨 돈으로 어떻게 채울 건지 자세한 설명은 없다”며 “공공방식으로 추진한다 해도 현재 강원도개발공사와 춘천도시개발공사는 6000억원, 70억원의 빚을 각각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는 행정복합타운 조성 예정지(연두색 네모) 동쪽에 동면 만천리와 신동면 정족리를 연결하는 국도 대체 우회도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사진=강원도)
    강원도는 행정복합타운 조성 예정지(연두색 네모) 동쪽에 동면 만천리와 신동면 정족리를 연결하는 국도 대체 우회도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사진=강원도)

    ▶토지보상, SOC 확충 '산 넘어 산'

    토지보상 자체도 큰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업부지 총 1800여 필지 가운데 1300여 필지가 사유지다. 소유주 84.0%는 춘천시민, 4.5%는 강원도민(춘천시민 제외), 11.5%는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삽을 뜨기 위해서는 사업부지 3분의 2 이상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소유주 수천명과 일일이 보상 협의에 나서야 한다. 도는 오는 5월 보상협의회를 구성해 보상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신청사 건립부지 조성·행정복합타운 구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국도 대체 우회도로 신설 예산 확보도 미지수다. 우회도로 신설은 행정복합타운 교통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도는 국비로 우회도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사업비가 3000억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청사·행정복합타운 준공 목표와 맞추려면 하루빨리 정부 국도건설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4월에 국토교통부가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계획에 반영할 사업을 건의받을 예정임을 알렸다. 그만큼 시간과 싸움이다.

    현재 도와 춘천시는 신청사 인근 우회도로와 별개로 제2경춘국도, 서면대교 건설 등 SOC 확충 현안을 쏟아내고 있다. 춘천지역 도로망 구축 사업으로 필요한 국비가 수천억원에 달해 정부 승인을 낙관할 수 없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청사 인근 국도 대체 우회도로는 즉흥적으로 발표돼 중앙정부와 기존에 협의했던 내용이 전혀 없는 만큼 정부를 설득하려면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며 “현재 외곽순환도로가 안전상에 큰 문제가 있거나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우회도로 조건에 맞는 부분도 없다”고 진단했다.

    [허찬영·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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