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치만 급하고 안전은 뒷전인 ‘전기차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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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설치만 급하고 안전은 뒷전인 ‘전기차충전소’

    의무설치 확대⋯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해 ‘387곳’
    더 많은 충전소 설치될 예정이지만 안전설비 전무
    춘천 대부분 충전소 화재 시 초기 진압 어려운 상황
    “안전설비 규정과 심도 있는 화재 예방 연구 필요”

    • 입력 2023.01.10 00:01
    • 수정 2023.01.11 06:37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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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춘천 퇴계동 한 아파트 전기차충전소에는 소화기·소화전 등 화재를 진압할 만한 설비가 마련돼있지 않았다. (사진=서충식 기자)
    9일 춘천 퇴계동 한 아파트 전기차충전소에는 소화기·소화전 등 화재를 진압할 만한 설비가 마련돼있지 않았다. (사진=서충식 기자)

    #. 7일 서울 성동구 소재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돼 있던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열 폭주’ 현상을 화재 원인으로 봤다. 전기차에 발생한 불은 전기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배터리가 전소할 때까지 진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역시 차량 1대 화재에 인력 65명과 소방차량 27대가 동원돼 3시간 만에 진화했다.

    전기차충전소 의무설치 대상이 확대되면서 춘천에도 관련 시설이 급증하는 가운데 화재에 대비한 준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안전을 위한 설비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방문한 퇴계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충전소 주변에는 소화기·소화전 등 화재를 진압할 만한 설비가 마련돼있지 않았다. 충전소 바로 위에는 각종 배관이 자리해있었고, 지하 특성상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불이 났을 경우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였다. 추가로 인근 전기차충전소 5곳을 더 확인해본 결과 화재 설비가 전무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2022년 1월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고자 법 개정을 통해 신축시설에만 적용했던 전기차충전소 의무설치를 이미 건축된 시설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신축과 기존 건물 총 주차대수의 각각 5%, 2%를 전기차충전시설로 설치해야 한다. 의무대상도 아파트는 50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공중이용시설·공영주차장은 주차대수 100면 이상에서 50면 이상으로 늘렸다.

    하지만 전기차충전소 안전설비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나마 전기안전공사에서 신규 설치되는 전기차충전소에 대해 전기안전점검을 하고 있지만, 3년마다 1회 실시하는 데 그칠 뿐이다.

    개정안 공포 후 최대 4년 안에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해야 함에 따라 춘천에서도 전기차충전소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9일 기준 춘천 내 전기차충전소는 387곳이다. 법 시행 이전인 2022년 1월 105곳에 불과했던 수가 1년 만에 3배 넘게 급증했다.

    앞으로 더 많은 충전소가 설치될 예정이기에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 연구를 통해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승욱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는 산소가 필요하지 않기에 일반적인 분말소화기로는 화재 진압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5년 전부터 이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는 등 아직은 과도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전기차 제작 단계부터 화재 위험을 낮춰야 하고, 전기차 충전 시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설비 규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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