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거리 30분 걸려 도착’⋯장애인콜택시 함께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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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 거리 30분 걸려 도착’⋯장애인콜택시 함께 타보니

    [외출이 두려운 장애인] 上. 콜택시는 감감무소식
    기본 30분 걸려 배차, 출퇴근 때는 이마저도 안 돼
    버스 노선 없는 곳 가려면 대기 길어도 기다려야
    이용자는 계속 느는데 차량·운전기사는 제자리걸음
    불만 이어지자 봄내콜 이용 대상 2년 만에 되돌려

    • 입력 2022.12.22 00:02
    • 수정 2022.12.23 13:34
    • 기자명 서충식·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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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장애인들은 오늘도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시민의 무관심과 편견 속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 서비스마저도 휠체어장애인들에게는 힘겨운 도전이 되고 있다. 춘천 장애인콜택시 ‘봄내콜’을 함께 이용해 보면서 위협받는 장애인 이동권의 실태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1시간은 다반사고, 어떨 때는 3시간까지도 기다려봤어요.”

    14일 오전 10시 휠체어장애인 김춘혁(73)씨는 호출 후 30분 만에 잡힌 봄내콜(장애인콜택시) 배차 문자를 보며 “오늘은 평소보다 배차시간이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협회에서 일하는 김씨는 업무차 춘천 곳곳을 다니고 있어 하루에 두 번 이상 봄내콜을 부를 정도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봄내콜은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춘천 교통약자들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전용 콜택시로, 시에서 2009년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김씨는 봄내콜을 이용할 때마다 고역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배차에만 평균 30분이 소요돼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왕복 기준 1시간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용자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 및 오전 10시, 오후 1시에는 배차 자체가 안 되는 일도 있다. 이날 김씨는 1㎞ 떨어진 대형마트에 가 배추와 과자 각 1개씩을 사서 돌아오는 데 총 1시간 30분이 필요했다.

     

    14일 김춘혁씨가 30분 만에 배차된 봄내콜 문자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14일 김춘혁씨가 30분 만에 배차된 봄내콜 문자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김씨가 봄내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다. 교통약자들을 위해 도입된 저상버스(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휠체어용 발판이 설치된 버스)가 있지만, 김씨는 3년 전 버스 2대의 발판이 연달아 작동이 안 돼 약속에 늦은 일을 겪은 후 더는 이용하지 않는다. 콜택시보다 탑승이 번거롭고, 다른 승객의 시간을 뺏는 듯한 생각도 버스를 피하는 이유다. 춘천에는 아직까지 버스 노선이 없는 곳도 많다. 

    김씨는 “나 한 명으로 인해 버스에 탄 십수 명의 시간이 모두 허비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여 버스는 이용 안 한 지 오래됐다”며 “실제로 버스를 타는 휠체어장애인은 아주 극소수다. 아직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렵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의 권리 가운데서도 이동권 보장은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인데, 실제로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봄내콜의 배차가 어려운 이유는 운행 차량과 인력은 부족한 반면 최근 2년새 이용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봄내콜을 김씨 같은 휠체어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춘천시가 2020년 10월 ‘춘천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휠체어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던 봄내콜 대상을 보행상 장애가 있는 비휠체어장애인 및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대부분이 봄내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휠체어장애인들이 봄내콜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졌다. 봄내콜 이용건수는 2020년 5만3581건에서 2021년 7만8483건으로 46.5% 증가했다. 올해는 1월부터 10월까지 8만2146건에 달하는 등 한 해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이용건수를 크게 넘어섰다. 이중 약 40%가 비휠체어 이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른 봄내콜을 기다리고 있는 김춘혁씨. 이날 춘천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사진=서충식 기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른 봄내콜을 기다리고 있는 김춘혁씨. 이날 춘천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사진=서충식 기자)

    이달 기준 봄내콜 차량 현황은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29대, 비휠체어 이용자용 승용차 5대 등 총 34대다. 그중 휠체어장애인 전용차량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서 명시한 의무대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휠체어장애인 전용차량은 정도가 심한 장애인(제1·2급) 200명당 1대를 운행해야 한다. 춘천은 정도가 심한 장애인 수가 지난해 기준 6093명으로, 30대가 필요해 현재 1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달 초 4대가 추가 도입되면서 늘어났는데도 이렇다.

    또한 운전기사 40여명이 3교대 형식으로 일하고 있어 실제로 동시에 운행되는 차량은 제한적인 것도 문제 중 하나다. 봄내콜 차량 운영현황에 따르면 오후 1시에 하루 최대인 20대, 그 외 시간에는 10대 내외가 운행된다.

    춘천지역 휠체어장애인들은 최근 거리로 나와 이동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러자 지난 10월 춘천시는 봄내콜 신규 이용 대상을 휠체어를 타는 교통약자로 한정했다. 대상을 확대한 지 2년 만에 번복한 것이다.

    김씨는 “교통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마련해줘서 고맙지만, 대부분의 비휠체어 이용자가 이미 봄내콜 이용자로 등록된 상태여서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봄내콜 이용을 피해 달라는 계도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시 교통과 관계자는 “기존 비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바우처 택시를 많이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등 봄내콜 배차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정의무대수를 충족할 수 있도록 내년에 차량을 신규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충식·이현지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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