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 지난 백과사전류의 ‘춘천시사’ 만들 텐가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설] 철 지난 백과사전류의 ‘춘천시사’ 만들 텐가

    • 입력 2022.12.14 00:01
    • 수정 2022.12.15 00:02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시사’ 편찬을 추진하는 춘천시가 내년 사료집 간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간되는 춘천시사는 1984년 ‘春州誌’(사진 왼쪽), 1996년 ‘春川百年史’(가운데)에 이은 세 번째다. 맨 오른쪽은 ‘춘천시사’ 예시 이미지.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사’ 편찬을 추진하는 춘천시가 내년 사료집 간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간되는 춘천시사는 1984년 ‘春州誌’(사진 왼쪽), 1996년 ‘春川百年史’(가운데)에 이은 세 번째다. 맨 오른쪽은 ‘춘천시사’ 예시 이미지.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가 내년 사료집 제작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40권짜리 ‘춘천시사’를 간행한다. 춘천시는 지난해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문화 우수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춘천시사 편찬 추진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월부터 춘천시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편찬 방향을 논의했다. 춘천시사 편찬을 위한 사업비는 40억원으로 추정된다. 춘천시는 1984년 ‘春州誌’, 1996년 ‘春川百年史’를 발간했다.

    MS투데이는 춘천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춘천시사편찬위 구성, 편찬 방향, 간행 규모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문제가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편찬위원회의 편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직인 춘천시 공무원과 위촉직인 춘천시의원을 제외한 춘천시사편찬위원 8명 중 6명이 고고학과 한국사 같은 역사 분야 위원이고, 2명만 지리학과 한문학 전문가였다. 민속학, 문화사,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예술, 건축 같은 분야사(주제사)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 편찬위원의 50~60%가량을 분야사 위원으로 구성한 다른 지자체들과 큰 차이가 있다.

    춘천시사편찬위원의 역사 분야 편중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지만 반향 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배제한 것이 의사 결정과 편찬 방향에 잘못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분야별로 능력 있는 연구자를 안배해야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춘천의 종합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다. 춘천시는 누락된 분야사의 전문가들을 편찬위원으로 영입해야 한다.

    방대한 간행 규모도 축소해야 한다. 춘천시는 편찬 분량을 20권에서 34권으로 늘렸다가 40권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시군에 비해 턱없이 많은 분량이다. 경기도 안양시 8권, 광주시 9권, 시흥시 10권, 수원시는 20권에 불과하다. 이들 도시의 인구는 춘천시보다 훨씬 많은데도 꼭 필요한 내용만 압축했다. 심지어 강원도사도 24권이다. 강원도사와 춘천시사의 예정된 분량을 비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춘천시사 제1부 사료집은 무려 20권으로 잡혀 있다. 사료집이 1~3권인 다른 지자체와 크게 대비된다. 사료집에는 춘천시사에 사용되는 자료만 목록화하고, 나머지 자료는 이용자의 편리성을 고려해 데이터베이스화하기 바란다.

    춘천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원도의 수부 도시다. 춘천시사는 도내 17개 시군의 시사 발행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추세에 맞고 역사에 남을 춘천시사를 만들기 위해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백과사전류의 춘천시사를 발간하면 안 된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