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눈 깜박임’으로 ‘안구 뻑뻑’ 예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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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눈 깜박임’으로 ‘안구 뻑뻑’ 예방하세요

    • 입력 2022.06.10 00:00
    • 수정 2022.06.10 15:17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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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우리 신체 중 가장 쉬우면서도 빠른 동작은? 글쎄요.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 아니면 코를 실룩거리는 것? 아닙니다. 아무리 행동이 빨라도 100~150밀리초(ms)에 벌어지는 눈 깜박임을 당해낼 순 없겠지요.

    눈 깜박임은 자신도 모르게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행위지만, 눈 건강에 미치는 이점은 어마어마합니다. 눈꺼풀을 여닫는 행위가 없다면 우리의 각막은 금세 건조해지거나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마른 땅처럼 갈라질 테니까요.

    보통 성인은 평균 1분에 15~20회, 하루에는 1만2000~1만5000회(수면시간 제외) 눈을 깜박인다고 해요. 이렇게 눈꺼풀을 여닫을 때마다 눈물샘에서 나오는 수분이 눈 표면에 고루 퍼집니다. 차량의 와이퍼처럼 눈을 촉촉하게 만들면서 시야를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지요.

    여기에다 위아래 눈꺼풀에는 수십개의 마이봄샘이 줄지어 있습니다. 일종의 피지선인데 이곳에서 나오는 기름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각막에 도포돼 수분의 빠른 증발을 막아줍니다.

    그렇다면 눈 깜박임에는 눈을 보호하는 기능만 있을까요.

    2012년 미국국립과학원회지(PNAS)에 발표된 논문에는 눈 깜박임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게재돼 있습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건강한 성인 20명에게 영국 코미디언 ‘미스터 빈’이 나오는 비디오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장면에서 이들의 눈 깜박임이 활발해지는지, 그리고 이때 뇌의 활성도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눈 깜박임 횟수가 주인공의 코믹 연기가 계속될 때는 적다가 그의 연기가 끝날 때쯤 많은 피험자가 거의 동시에 눈을 깜박였습니다.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피험자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찍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편안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의 혈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눈 깜박임이 순간적으로 뇌의 휴식을 유도해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일상생활에도 눈 깜박임을 적용해볼까요. 예컨대 다른 사람이 나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다면 그 순간 눈의 깜박임 횟수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얘기의 한 단락이 끝나면 깜박임 횟수가 늘어나고, 다시 얘기가 이어지면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눈 깜박임이 공감과 교감의 지표가 된다는 사실은 광고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나타납니다. 광고 방송에서 관심이 있는 상품이 소개될 때 상품을 소개하는 사람과 피험자의 눈 깜박임이 거의 일치했다는군요. 상대방이 내게 얼마나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지 눈 깜박임으로 테스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깜박임은 눈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의 각막은 하루하루 혹사를 당합니다. 날로 악화되는 공기의 질뿐 아니라, 여성은 눈 화장이, 또 많은 분이 사용하는 콘택트렌즈 역시 각막을 위협합니다.

    특히 컴퓨터와 모바일을 오래 보고 있으면 급격하게 안구가 마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을 볼 때 깜박임 비율은 60%까지 감소한다고 해요. 이는 서류를 본다거나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운전할 때는 깜박임 횟수도 줄지만, 히터나 에어컨이 켜져 있다면 안구 건조가 더욱 심해집니다.

    미국의 경우, 인구의 5~15%가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2배가 될 정도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60만명 정도의 안구건조증 환자가 집계되지만, 의사 처방 없이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안구건조증 발생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항우울제와 같은 약을 먹는 사람에게서 유병률이 높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눈 깜박임 횟수가 분당 5회 정도 적은 데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로 이런 불청객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어린이 안구건조증을 예방해야 합니다. 안구가 성장하기 전이라 쉽게 시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사용시간을 제한해야 합니다.

    2016년 발표된 7~12세 어린이 대상 안구건조증 연구에서는 유병률이 6.6%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중 30명에게 4주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 결과, 안구건조증을 일으킨 어린이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동작인 눈 깜박임으로 안구건조증을 개선해 볼까요.

    미국의 TFOS(Tear Film & Ocular Surface Society·눈물막 및 안구표면협회)라는 비영리단체는 몇 년 전부터 ‘Think BLINK’라는 주제로 눈 깜박임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눈을 깜박이는 것만으로도 눈 건강뿐 아니라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며 경쾌한 노래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어 ‘THINK BLINK-A blink can help you see!’를 쳐 보세요.

    TFOS는 매일 5회 정도 1분씩 눈을 깜박여 보라고 권합니다. 눈 깜박임은 정면과 위아래, 좌우 등 각 방향을 보며 10회씩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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