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방화미수⋯배심원은 ‘무죄’ vs 재판부는 ‘유죄’
  • 스크롤 이동 상태바

    홧김에 방화미수⋯배심원은 ‘무죄’ vs 재판부는 ‘유죄’

    땅‧건물, 지자체 사업에 포함돼 소유권 이전
    불만 품고 건물에 불 질렀다가 급하게 진화
    “방화 의도 없었다” 항변, 배심원은 받아들여
    재판부 “고의 인정된다” 징역형의 집행유예

    • 입력 2022.06.09 00:01
    • 수정 2022.06.10 06:23
    • 기자명 배상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조물 방화미수 사건에 대해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한 반면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사진=MS투데이 DB)
    건조물 방화미수 사건에 대해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한 반면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사진=MS투데이 DB)

    건조물 방화미수 사건을 두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배심원들은 무죄를 평결했지만, 재판부는 실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과 위험성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 이영진 부장판사는 일반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8)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과 건물이 지자체 정비사업 부지에 포함돼 소유권이 이전되자 불만을 품고 건물에 불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3년 후인 2021년 8월 건물 내부에 신문지와 폐지 등을 쌓아두고 불을 붙였다.

    막상 불길이 번지자 A씨는 겁을 먹었고, 주변에 있던 소화기를 이용해 스스로 불을 껐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불을 지른 건물은 과거 주차장으로 사용한 장소로, 개방된 형태의 창고”라며 “창고가 강제철거를 당할 상황에서 죽으려는 마음에 불을 놓은 것으로 방화한다는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해당 창고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구조물로 재질을 고려할 때 불에 타지 않는다”며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다. 배심원 7명 중 1명이 유죄 의견을 냈으나, 배심원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다수결에 따라 유‧무죄 의견이 결정된다. 

    이에 반해 재판부는 A씨에게 방화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필요하다”며 “여기서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음을 미필적이나마 의식하고, 그 결과를 의욕 하면 충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고의가 있었는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우와 동기, 방법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창고 내부에서 신문지를 놓고 불을 붙였을 당시 내부에는 박스 등 가연성 물질이 상당히 쌓여있었다”며 “불을 지른 후 경찰에 신고하면서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창고에 불을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살피면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화재수사팀은 법정에서 창고 안에서 시작한 불이 인근으로 번질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방화는 무고한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위험성이 높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