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풍경’이 된 이잠미 서양화가 별세··· 향년 6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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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없는 풍경’이 된 이잠미 서양화가 별세··· 향년 63세

    12번째 개인전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져
    활발한 작품 활동 이어와 안타까움 더해
    구상과 비구상 경계 허무는 자연과 풍경

    • 입력 2022.03.15 00:01
    • 수정 2022.03.16 04:22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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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잠미 작가. (사진=이잠미 작가 SNS)
    이잠미 작가. (사진=이잠미 작가 SNS)

    ‘자연과 심상을 그리는 작가’ 이잠미(본명 이선미) 서양화가가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지난 2020년 10월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병세가 호전되지 않은 채 1년 반 동안의 투병 시간을 보냈다.

     

    가을
    이잠미 작가의 ‘가을’. (사진=정현우 작가)

    발병 당시 춘천 ‘갤러리동무’에서 그의 12번째 개인전 ‘세상에 없는 풍경 Ⅳ’를 앞두고 비보가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2020년 초 서울과 화천에서 계획했던 전시가 코로나19로 연이어 취소된 뒤 이 작가가 오랜만에 전한 오프라인 전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쾌유를 비는 관람객들의 염원으로 작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해 10월 춘천 ‘갤러리동무’에서 예정대로 그의 12번째 개인전이 열렸고, 응원의 마음이 모여 완판을 기록했다.

    쓰러지기 전 작가는 자신의 SNS에 “세상엔 없는 풍경 같지만 가만히 보면 누구나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 같은 풍경을 그렸다”면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감정, 느낌, 계절을 아름답게 전하고 싶다”며 마음을 전했다.

     

    이잠미 작가의 ‘시가 된 봄날’. (사진=정현우 작가)
    이잠미 작가의 ‘시가 된 봄날’. (사진=정현우 작가)

    그는 2013년 제17회 나혜석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산천어 축제 화천전’ ‘동구래마을 야생화 축제전’ ‘나혜석 초대작가전’에 참여해 작품을 알렸다.

    그의 그림은 구상과 비구상의 날카로운 경계를 허물고, 몽환적인 질감과 추상적이면서도 뚜렷한 색감을 자랑했다.

    동료 화가 정현우 작가는 고인을 추억하면서 “활발히 활동하며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지던 시기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애도를 표했다.

    정 작가는 평소 그의 작품에 대해 “그림 속 모든 경계가 안개에 무너진 듯하다”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그림”이라고 호평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예술을 하는 그의 작업을 높이 샀다.

     

    이잠미 작가의 ‘만나고 기다리는 저편에서’. (사진=이잠미 작가 SNS)
    이잠미 작가의 ‘만나고 기다리는 저편에서’. (사진=이잠미 작가 SNS)

    그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 뒤 강원도 예술인은 SNS로 잇따라 애도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작품을 소장한 이는 “같이한 인연은 길지 않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집 거실에 있는 작품을 한참 바라봤다”며 “아름다운 색과 그림이 참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의 작업실 근처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이는 “그림을 발송하러 올 때 포장 작업을 도우며 가깝게 지냈다”면서 “참 좋은 화가였다”며 그를 기억했다.

    이 작가는 떠났지만 “어려운 시기 그림으로나마 희망을 전하고 싶다”던 그의 소망처럼 그의 작품은 여전히 위로를 전하고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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