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자본이 휩쓴 춘천 저가 아파트···‘갭 투자’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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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 자본이 휩쓴 춘천 저가 아파트···‘갭 투자’ 후유증

    정부, 법인·외지인 저가 아파트 매수 조사
    춘천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물건 '싹쓸이'
    적은 자금으로 임대 보증금 이용한 갭 투자
    단기 시세 차익 올려, 향후 깡통 전세 우려

    • 입력 2022.02.07 00:02
    • 수정 2022.02.09 00:1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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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발표된 7·10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를 피해 춘천으로 집중됐던 투기 자본의 저가 아파트 매집 현상이 정부 조사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

    이는 지역 내 전세 실수요 자금을 이용한 갭 투자로, 외지 자본이 단기간에 높은 시세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한 갭 투자 결과, 매수인의 자기 자금의 비율은 낮고, 임대 보증금의 비율은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5개월간 법인과 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집중 매수한 전국 8만9785건의 사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거래 기획조사 결과, 강원도 내에서는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춘천·원주 등 영서 내륙지역과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등 동해안권에서 매수가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집중 매수한 강원도 지역. (자료=국토교통부)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집중 매수한 강원도 지역. (자료=국토교통부)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 가격은 1억233만원이었다.

    매수 자금 중 자기 자금 비율은 29.8%로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 시 평균 자기 자금 비율(48.1%)보다 낮았다. 임대 보증금 승계 금액 비율은 59.9%로 평균(23.9%)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그만큼 외지 자본의 '전세를 낀 갭 투자'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정부의 조사 기간 중 법인·외지인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는 6407건으로,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원이었다. 전체 저가 아파트 거래의 평균 차익(1446만원) 대비 299만원(20.7%) 높은 수준이다.

    갭 투자로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이들은 평균 보유 기간 129일만에 주로 현지인(40.7%)이나 기타 외지인(40.6%), 기타 법인(17.5%)에 다시 팔았다.

     

    법인·외지인의 매집이 활발했던 춘천 후평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MS투데이 DB) 
    법인·외지인의 매집이 활발했던 춘천 후평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MS투데이 DB) 

    MS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춘천 내 실거래가 1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춘천 내 아파트 매매 6998건 중 987건(14.1%)이 실거래가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에 집중된 거래였다.

    15개월간 후평동 주공7단지(1989년 입주·460세대)의 경우 117건의 손바뀜이 있었다. 투기성 외지 자본이 몰려들면서 최근 이 단지의 매매 실거래가는 1억1700만원(전용면적 4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후평동 석사주공 2단지(1994년 입주·1309세대)는 104건, 후평동 세경4차(1994년 입주·560세대) 83건, 효자동 동보(1999년 입주·687세대) 75건, 후평동 세경3차(1991년 입주·540세대) 61건 등 1억원 이하의 실거래가 활발했다.

    춘천 후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법인과 외지인이 저평가됐던 춘천 내 저가 아파트 단지를 집중적으로 매수해 실거래가를 높인 후 지역 주민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보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실거주 수요가 많은 아파트일수록 갭 투자가 쉬워 외지 자본이 몰린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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