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실상과 대책] 하. 이대로면 2047년 강원도 전역 ‘매우 위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방소멸 실상과 대책] 하. 이대로면 2047년 강원도 전역 ‘매우 위험’

    춘천 25개 읍·면·동 전지역에 이미 경고등 들어와
    25년 뒤에는 춘천과 강원 전지역이 ‘소멸 고위험’
    서울 1극 구조는 인구의 ‘블랙홀’··· 결과는 공멸
    ‘관계인구’ ‘생활인구’ ‘복수주소제’ 등 도입해야

    • 입력 2022.01.16 00:02
    • 수정 2022.01.19 10:59
    • 기자명 김범진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1일 오전 춘천 사북면 지촌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건물 밖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김범진 기자)
    지난 11일 오전 춘천 사북면 지촌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건물 밖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김범진 기자)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춘천시 전체 25개 읍·면·동 가운데 북산면과 사북면처럼 ‘소멸 고위험’ 진단이 내려진 지역은 남면·남산면·동산면·서면을 합쳐 모두 6곳이다.

    신동면·신북읍·약사명동·조운동·효자1동은 ‘소멸 위험’, 나머지 14곳은 아래 단계인 ‘소멸 주의’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춘천 전지역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춘천시의 소멸위험지수는 0.66으로 ‘주의’ 단계를 기록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8월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5년 뒤인 2047년이면 춘천과 강원 전지역은 ‘소멸 고위험’ 단계에 들어설 전망이다. 또 같은 해 전국 모든 시·군·구는 소멸 위험 지역에 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멸, 저출산보다 심각

    지방소멸 가능성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지역경제 침체로 일자리와 구매력이 줄고, 이는 다시 청년인구 유출로 이어져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심화하는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의 인구집중 추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소득 격차도 점점 심화해 왔다.

    각 시도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됐는지를 나타내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5년을 기점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중이 역전됐다. 이전까지는 비수도권의 비중이 높았으나, 2019년엔 수도권의 GRDP가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17개 광역 시도 중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부가가치가 집중된 셈이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 비중 변화. 2015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총생산이 비수도권을 넘어선 뒤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자료=통계청)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 비중 변화. 2015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총생산이 비수도권을 넘어선 뒤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자료=통계청)

    현재 지방의 인구감소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월해 나타나는 ‘자연감소’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주로 40대 미만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20세 이상 40세 미만 인구의 54.5%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박진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방의 인구감소는 저출산이 아니라 지역 간 전출입에 의한 인구이동에 기인하므로 일자리, 교육, 복지, 행정 등 정주여건의 격차 문제, 즉 균형발전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꼬집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비수도권 시도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이동 변화. 세종과 충청, 제주 지역(초록색 막대)을 제외한 모든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자료=통계청)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비수도권 시도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이동 변화. 세종과 충청, 제주 지역(초록색 막대)을 제외한 모든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자료=통계청)

    ▶모두가 한 곳에 쏠리면, 그곳은 인구의 ‘블랙홀’ 된다

    마스다 히로야 일본 동경대 교수는 “저출산 현상은 미국과 유럽도 동일하게 겪는 문제”라면서도 “그보다는 지나치게 많은 인구가 수도 한 곳에만 쏠리는 ‘극점사회’가 인구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다 교수는 저서 ‘지방소멸’에서 “동경은 지방 인구를 빨아들이면서도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라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결국에는 줄면서 동경은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진단은 현재 한국에도 유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서울의 출산율은 0.642로 전국 합계출산율 0.837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30년간 노력 역부족, 지방의 자생역량 키워야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완화하기 위한 낙후지역 개발사업을 벌였다. 도로나 상하수도 건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낮은 실효성과 비효율성, 예산낭비 문제 등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지자체들은 대부분 매년 출산지원금 예산을 늘려왔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러한 사업이 지방의 인구증가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 이후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 기준 소멸위험 시·군·구 수. 강원 지역은 전체 18개 시군 중 16곳이 ’소멸 위험‘ 판정을 받으면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소멸위험지역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지난해 8월 기준 소멸위험 시·군·구 수. 강원 지역은 전체 18개 시군 중 16곳이 ’소멸 위험‘ 판정을 받으면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소멸위험지역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들은 내생적 지역발전 전략 측면에서 지역의 자족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기업의 분산, 청년 유입과 정착 지원, 지자체 간의 연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역 간 통합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한다.

    이들은 특히 지난 13일부터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됨에 따라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립이 용이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2개 이상의 지자체가 특정한 공동 목적을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복수주소제’ 등도 지방 활성화 동력으로 제시되고 있다. 복수주소제는 1명의 주민이 2개의 주소를 갖도록 함으로써 지방 세수를 늘리는 게 핵심이다. 독일은 이 정책을 통해 지방소멸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는 최근 이를 벤치마킹한 정책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년 전 일본에서 만들어진 ‘관계인구’와 최근 지방행정연구원이 정리한 ‘생활인구’도 주목받고 있다. 관계인구는 일본이 2018년부터 지방창생정책의 하나로 펼쳐온 정책이다.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다양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에 도움을 주는 인구를 뜻한다. 현재 일본 인구의 15%가 관계인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와 유동인구, 체류자를 더한 인구로 정의된다. 지방행정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시범 측정한 결과 2019년 기준 전국 모든 광역자치단체의 생활인구수가 상주인구수보다 100~1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생활인구수를 토대로 세금을 부과하면 지방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활인구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법안이 모두 9건 올라와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18일 대표발의한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안’에는 국회의원 89명이 서명했다. 이 법안은 기업과 개인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세제와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지방소멸을 막거나, 획기적으로 늦출 수 있는 법안과 방안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김범진 기자 jin@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