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춘천지법과 춘천지검 청사 자리싸움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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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칼럼] 춘천지법과 춘천지검 청사 자리싸움할 땐가

    • 입력 2021.12.22 00:01
    • 수정 2022.04.07 09:37
    • 기자명 염성덕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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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논설주간
    염성덕 논설주간

    군사정권 시절에는 검찰과 법원의 죽이 잘 맞았다. 조작된 시국사건과 간첩사건을 다룰 때는 호형호제나 다름없었다.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면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은 다반사로 일어났다.

    민주정부 출범에 발맞춰 검찰과 법원도 격변의 시대로 들어섰다. 검찰과 법원의 관계가 창과 방패에 비유할 수 있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검찰의 체포·압수·수색·구속영장 청구, 법원의 영장 기각이나 발부 과정을 지켜보면 영락없이 창과 방패다. 검찰은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영장 발부를 강력히 바란다. 반면 법원은 영장 발부가 법과 원칙에 맞는지 면밀하게 따진다. 국민의 눈에는 검찰이 공격하고 법원이 방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티격태격하는 검찰과 법원의 모습은 갈등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검찰과 법원이 충돌하는 갈등의 중심에는 영장전담판사가 있다. 1997년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영장전담판사가 생겼다. 영장전담판사는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거나 여론이 첨예하게 갈린 사건에서 심판자 역할을 했다. 권한이 큰 만큼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다. 이해 관계자로부터 욕먹기 좋고,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하는 직책이다.

    검찰과 법원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는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을 꼽을 수 있다. 검찰은 기각당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구속영장을 그날 오후 재청구하며 반발했다. 법원은 유회원 구속영장을 4차례나 기각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박영수 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수사기획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중수1과장은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었다. 내로라하는 검사들의 야심만만한 수사가 법원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검찰은 울화통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검찰 고위 관계자가 “법원이 검찰 수사에 인분을 뿌리고 있다”고 비난했겠는가.

    검찰과 법원은 재판 결과를 놓고도 부딪친다. 검찰이 인사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한 전 KT&G 사장 A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뜯어보면 신병(身柄) 처리 과정이 석연치 않다. B씨는 A씨에게 4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C씨가 B씨에게 3억6700만원을 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한데 검찰은 A씨만 구속기소하고 B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소액’을 받은 대어(大魚)는 잡고, ‘거액’을 받은 소어(小魚)는 풀어준 것이다.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하지 않은가. 법원은 A씨에게 금품을 줬다고 자백한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무죄 판결이 나오면 부정부패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B씨에게 플리바게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플리바게닝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거나 타인의 범죄를 증언하는 대가로 검찰이 처벌을 낮춰 주겠다고 협상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은 이 사례를 검찰과 법원의 ‘플리바게닝 갈등’으로 묘사했다.

    춘천지검과 춘천지법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영장 기각이나 선고 형량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신축할 청사의 높이를 놓고 눈꼴사나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춘천지검과 춘천지법 청사는 둘 다 포화상태로 옮겨야 한다. 여러 대안 중에서 춘천시 석사동에 두 청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신청사 부지를 확보하고도 착공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춘천지법 청사 부지가 춘천지검 청사 부지보다 8m가량 높다는 이유에서다. 춘천지검은 “양측 부지 전체 높이가 같아지도록 평탄화 작업을 해 달라”고 춘천시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천시가 두 청사의 부지 높이 차이를 5m로 줄인 절충안을 냈지만 두 기관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21일 “두 기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1998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광주고법·지법 청사가 ‘ㄱ’자 형태의 6층이었는데, 광주고검·지검은 더 높은 청사를 신축하려고 했다. 법원 주변에서는 검찰 청사가 법원 청사보다 높아도 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예정대로 지상 9층짜리 청사를 짓고 2001년 6월 이전했다. 부임하는 광주지법 법원장마다 검찰 청사를 올려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에서 법원과 검찰이 청사 높이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고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의 자리싸움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국민을 섬기지도 않고,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행태로 비칠 뿐이다. 신청사 착공이 지연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춘천시민에게 돌아간다. 춘천시민이 언제까지 비좁고, 불편한 두 청사를 방문해야 하는가. 청사 높이가 다르다고 기관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군림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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