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스마트’한 인생 2막…‘스마트’폰 강성일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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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스마트’한 인생 2막…‘스마트’폰 강성일 사진가

    • 입력 2021.12.05 00:01
    • 수정 2023.09.07 11:51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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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제3회아름다운 태양광발전소 사진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태양이 머무는 곳’. (사진=강성일씨)
    2021년 ‘제3회아름다운 태양광발전소 사진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태양이 머무는 곳’. (사진=강성일씨)
    2021년 ‘보행자 교통안전 공모전’ 사진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한 번에 건너는 즐거움’. (사진=강성일씨)
    2021년 ‘보행자 교통안전 공모전’ 사진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한 번에 건너는 즐거움’. (사진=강성일씨)
    2021년 ‘대자연사랑 사진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눈 내린 의암호’. (사진=강성일씨)
    2021년 ‘대자연사랑 사진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눈 내린 의암호’. (사진=강성일씨)
    2020년 ‘Let‘s DMZ 평화·환경 국제 사진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지구가 살 곳이 없어요’. (사진=강성일씨)
    2020년 ‘Let‘s DMZ 평화·환경 국제 사진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지구가 살 곳이 없어요’. (사진=강성일씨)

     

    사진들은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다. 

    어떻게 사진을 찍었을까. 조리개로 빛의 양을 조절해 깊은 심도를 표현했을까. 감도(ISO)로 적당한 밝기를 설정한 걸까. 셔터 스피드를 조작해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나.

    작품들은 놀랍게도 사진을 전문으로 배운 적 없는 아마추어가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우연히 찍은 장면부터 몇 번의 ‘찰칵’만으로 건진 풍경도 있다.

     

    강성일씨가 자신이 촬영한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강성일씨가 자신이 촬영한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얼핏 타고난 천재 사진가의 거드름 같지만, 주인공은 칠순을 한 달 남긴 69세 늦깎이 사진가 강성일씨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2년 전이다. 그의 장비는 ‘삼성 갤럭시 S21’이 전부다.

    교직에 몸담았던 37년의 인생 1막보다 더 바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스마트 폰 사진가 강성일씨를 만났다.

    ▶위암 선고·명예퇴직…‘취미에 나이가 어디 있나’

     

    2019년 ‘제5회 KISA 대한민국 안전 사진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서커스 단원일까?’. (사진=강성일씨)
    2019년 ‘제5회 KISA 대한민국 안전 사진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서커스 단원일까?’. (사진=강성일씨)

    그는 2019년 사진에 처음 눈을 떴다.

    우연히 참가한 ‘제5회 KISA 대한민국 안전 사진 공모전(대한산업안전협회)’에서 특별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춘천역 앞을 지나가다 그해 6월에 열렸던 막국수·닭갈비 축제 준비 현장을 찍은 사진이 덜컥 상을 탄 것이다.

    “얼떨떨하면서 ‘사진에 소질 있나’ 기분 좋게 생각하고 넘겼어요. 그리고 다음 해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리본’에서 연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인 전통시장을 알리는 블로그 홍보단에 참가했습니다. 강원도 각지의 전통시장을 장날마다 찾아다녔어요. 480시간 참여하면서 안 다닌 강원도 시장이 없을 정도였죠.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시장, 주변 풍경을 많이 찍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 14만 장 정도 되더라고요.”

    지역 모습이 잘 묻어나는 시장을 배경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과 함께 사진 실력도 쌓여갔다.

    그는 “이제는 하루에 한 장도 찍지 않으면 불안할 지경”이라며 “자연스럽게 취미가 돼 요즘은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에 설레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작년부터 종종 공모전에 도전했고 수십 개의 공모전에서 인정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퇴직 후 삶에서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맛봤다.

    그는 2014년 위암 2기 선고를 받고 37년간의 교직 생활을 갑작스레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건강에만 전념했다. 5년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기에만 집중했다. 어렵게 건강을 되찾은 뒤 얻는 취미는 그의 인생에서 삶의 원동력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취미 이상의 의미다.

    ▶사진은 돈 많이 드는 취미?…스마트 폰 하나면 준비 끝

    그가 출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스마트 폰을 챙긴다. 다음 충전기를 챙긴다. 끝.

    무거운 DSLR 카메라와 고가의 렌즈, 조명, 삼각대 등 특별한 장비는 필요 없다. 그는 스마트 폰으로만 사진을 찍는다.

     

    강성일씨가 찍은 ‘희망찬 일출처럼’. (사진=강성일씨)
    강성일씨가 찍은 ‘희망찬 일출처럼’. (사진=강성일씨)

    매년 일출을 찍기 위해 전국의 사진가들이 출사에 나서는 1월 1일에도 수많은 카메라 속에 그의 스마트 폰은 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무엇으로 사진을 찍느냐' 보다 '어떤 사진을 찍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고가의 장비와 고급 렌즈가 주는 이점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저는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화소가 좋으면 화면을 당겨도 사진이 깨지지 않으니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순 있으나 사진의 가치가 그만큼 상승한 건지 모르겠어요.”

    카메라의 렌즈는 사람으로 따지면 눈이다.

    그는 좋은 시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무엇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을 설명한다. SNS 시대, 사진 한 장을 수십만 명이 보고 하루에도 수 억장의 사진이 공유되는 세상이다. 그는 스마트 폰 카메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포착하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 폰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이자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죠. 매년 최신형 스마트 폰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장비에 따로 돈 쓰지 않아요. 돈 많이 드는 취미 중 하나가 사진이라던데 저에겐 예외죠.”

    ▶사진의 매력…순간의 기록, 영원히 남아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강성일씨에게도 사진은 짧은 찰나이자 평생 간직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날짜, 날씨, 기분, 찍고 난 후 무엇을 했는지 그날의 에피소드가 다 기억난다”며 “특히 힘들게 건진 사진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2020년 ‘제17회 북부지방산림청 산림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북한강을 바라보며’와 같은 장소에서 찍은 북한강과 삼악산의 모습. (사진=강성일씨)
    2020년 ‘제17회 북부지방산림청 산림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북한강을 바라보며’와 같은 장소에서 찍은 북한강과 삼악산의 겨울 모습. (사진=강성일씨)

    그 중에도 그가 가장 힘들게 찍은 사진은 올해 3월 2일에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은 지난해 ‘제17회 북부지방산림청 산림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북한강을 바라보며’의 겨울 모습이다. 그가 자주 오르는 검봉산 강선봉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삼악산을 한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명소다. 그는 지난 3월 1일 내린 기록적인 폭설을 보고 이튿날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30㎝가량 눈이 쌓여서 급히 차를 주차하고 50m를 뛰어 올라갔어요.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산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올라갈 때 희열을 느꼈죠.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당시의 쾌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이런 게 사진이 주는 활력이죠.”

     

    ‘2021년 강원 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스트레칭하고 출발할게요’. (사진=강성일씨)
    ‘2021년 강원 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강성일씨의 ‘스트레칭하고 출발할게요’. (사진=강성일씨)

    그에게 낙점되는 피사체는 여러 종류다.

    자연을 주로 찍지만, 평소 좋아하는 새도, 산책하던 강아지도, 웃음 꽃핀 어르신의 미소도 모두 그의 렌즈에 자주 포착된다.

    “모든 건 변하잖아요. 사람도, 자연도, 마음도. 사진은 ‘여기 이곳에서 우리가 함께했다’는 일종의 기록이자 증명이에요. 제 사진의 주인공이 된 분들에게는 꼭 사진을 인화해서 드리는데 그분들이 그래요. ‘제가 여기 갔었군요’ ‘제가 이렇게 웃었나요’ 자신조차도 잊었던 소중한 순간을 다시 선물 드릴 수 있어 행복하더라고요. 이러니 사진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긴 글렀죠.”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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