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당겨 주거비 충당...실버론 74% ‘전·월세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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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당겨 주거비 충당...실버론 74% ‘전·월세 보증금’

    실버론 지급액 74.2% 주거비 충당 목적
    고령자 1000만원까지 긴급 자금 대출
    '연금 공제' 방식 택해, 노후 취약 우려

    • 입력 2021.11.10 00:01
    • 수정 2021.11.11 06:47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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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내 60세 이상 고령자 대부분이 대출받은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실버론)을 전·월세 보증금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 강원도 지사별 노후긴급자금 대부현황(사진=국민연금공단 자료 갈무리)

    MS투데이가 도내 노후긴급자금의 용도별 대부 현황 자료를 살펴본 결과, 노후긴급자금액의 74.2%가 집세 충당에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공단 춘천지사(지사장 류승훈)는 2012년 노후긴급자금 제도 도입 이후 지난 31일까지 집계한 노후긴급자금 대출액 21억2800만원 중 15억8100만원을 보증금 용도로만 지급했다.

    이어 노후긴급자금은 의료비(4억9900만원),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장례 보조비(3800만원), 재해복구비(1000만원) 등의 순으로 지급했다.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은 만 60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주택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배우자 장례 보조비 △재해복구비 등에 필요한 긴급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대출금액은 연간 연금수령액의 2배 이내에서 실제 긴급자금으로 소요되는 금액만큼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연금 월액이 45만원인 사람은 2년 치 수령액인 1080만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단 최고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자율도 올해 4분기 기준인 1.69%로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신용등급은 물론 연대보증 및 담보가 없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31일까지 춘천을 포함한 도내 전·월세 보증금 목적으로 지급된 긴급자금은 90억원을 넘어섰다.

    또 전·월세 보증금 외에도 의료비, 장례 보조비, 재해복구비 등을 포함한 도내 노후긴급자금 대출 총액은 120여억원이다.

     

    국민연금공단 춘천지사 (사진=정원일 기자)
    국민연금공단 춘천지사 (사진=정원일 기자)

    그러나 전국적인 전·월세 비용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고령자들의 부담을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적의 배경에는 고령자의 긴급자금 대출 상환방식에 있다. 노후긴급자금은 연금 급여에서 공제해 상환할 수 있는데, 이용자 대다수가 해당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의 힘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노후긴급자금 이용자의 98.9%가 ‘연금공제’ 방식으로 대출액을 상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연금액과 별개로 자동이체 방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고령자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상훈 의원은 “국민연금을 담보 삼아 전세금을 마련하면, 어르신 가구의 노후는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연금을 주거비에 저당 잡힌 수급자에 대한 선제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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